프리웨이 시리즈 5연패의 수렁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돌아온 홈구장. 다저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에인절스는 6월 8일(월) 빅에이 스타디움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홈 3연전 1차전을 치렀다.
경기 전 클럽하우스에 들어서자 새로운 네임택이 눈에 띄었다. 무려 4개. 트레이 맨시니, 덴젤 구즈만, 샘 알더게리, 새미 나테라 주니어 — 커트 스즈키 감독의 로스터 운용 의지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세 번의 은퇴, 한 번의 암, 그리고 오늘
등번호 52번. 트레이 맨시니의 이름이 에인절스 라커에 걸린 날이다. 2020년 3월 18일, 자신의 28번째 생일 당일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던 그다. 6개월간의 항암치료를 견뎌내고 2021년 기적처럼 돌아와 아메리칸리그 컴백 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이후 시카고 컵스에서의 부진, DFA, 2024년 완전한 공백, 다이아몬드백스에서의 트리플A 생활까지 이어지며 맨시니는 스스로도 세 번쯤 은퇴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은퇴했다고 생각한 게 세 번은 됐어요. 그런데 야구가 계속 저를 불러들였습니다.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면 야구는 어떻게든 길을 만들더라고요.”

그 길을 처음 열어준 건 에인절스의 타격코치 브레이디 앤더슨이었다. 2024년 하반기, 앤더슨이 직접 문자를 보냈다. ‘아직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해봐라.’ 그 한 통이 맨시니를 다시 야구장으로 이끌었고, 오늘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빅에이 그라운드에 서게 했다.
“그가 없었다면 오늘 여기 없었을 거예요. 그런 그와 같은 팀에서, 그것도 그가 코치로 있는 팀에서 함께 뛴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아요.”
■ 3년 만의 빅리그 안타, 그것도 세 번
맨시니는 오늘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2회, 휴스턴 선발 스펜서 아리게티의 77.6mph 커브볼을 좌익수 앞 안타로 연결하며 선제점을 만들었다. 3년 만에 다시 밟은 빅리그 타석, 3년 만에 다시 터진 빅리그 안타였다.
4회에도 82mph 스위퍼를 공략해 같은 방향 좌익수 앞 안타를 추가했다. 두 안타 모두 브레이킹볼, 두 안타 모두 좌익수 앞.
“약 한 달 전, 오클라호마시티 시리즈 직후에 팬 포지션을 조정했어요. 어깨에 기대는 대신 손을 미리 세팅해두는 방식으로 바꿨는데, 처음 몇 경기는 적응이 필요했지만 이후엔 원하는 자리에 훨씬 일관성 있게 가져다 놓을 수 있게 됐어요.”
선발 그레이슨 로드리게스도 경기 후 맨시니를 향해 진심을 쏟아냈다. “제가 볼티모어 마이너리그 있을 때 처음 만난 선수인데, 빅리거들 중에 마이너리그 애들한테 잘 안 대해주는 경우가 많거든요. 트레이는 달랐어요. 모두를 똑같이 대했어요. 오늘 3안타 치는 걸 보면서 정말 미칠 것 같았어요.”

■ 오늘 덕아웃 밖 풍경 — 이마이 다츠야와 일본 취재진
휴스턴 덕아웃 주변에는 유독 카메라와 취재진이 몰렸다. 얼마 전 합작 노히터에 참여했던 일본인 우완 이마이 다츠야(今井達也) 때문이었다. 오늘은 아리게티가 선발이었지만, 일본 취재진들은 이마이의 모습을 담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 다저스 취재를 마친 기자들이 에인절스 구장까지 흘러온 건지, 처음부터 이마이를 보러 온 건지 알 수 없지만 — 관중석에도 일본인으로 보이는 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오늘 에인절스가 입장객에게 기쿠치 유세이의 보블헤드를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한 덕분이기도 했다. 일본 야구는 이렇듯 이제 빅리그 어디서든 화제가 된다.

■ 연장 10회, 불펜이 발목을 잡다
경기는 에인절스의 흐름으로 흘렀다. 2회 맨시니의 선제타를 시작으로 로건 오하피의 2루타 2타점, 재크 네토의 홈런 등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그레이슨 로드리게스는 5⅓이닝 6피안타 2자책 6탈삼진으로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9회 마무리 커비 예이츠가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10회 샘 알더게리가 끝내기 실점을 내주며 LAA 4-5 HOU, 어이없는 패배를 당했다. 예이츠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등판할 때마다 여기 서서 이런 얘기를 해야 하는 것 같다. 롤러코스터 같은 거다. 내일 또 나가서 믿고 던지는 것뿐이다.”
로건 오하피는 10회 홈 플레이트 태그 실패를 두고 자책했다. “이 경기에 모든 걸 바쳐도, 경기는 언제나 그 이상을 요구한다.” (I give everything to this game, and it takes more than it gives.) 에인절스의 오늘을 압축한 한 문장이었다.
맨시니의 귀환은 완벽했다. 경기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야구는 내일도 계속된다. 그리고 야구가 다시 그를 불렀듯, 에인절스도 다시 일어설 것이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