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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호모 이디엇’…공생 배우지 못한 가장 젊은 종”

베르베르 "모든 것을 다시 질문해야"…인간 중심주의 경고

2026년 0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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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가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작가와의 만남 [최재천 x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와 인간, 서로 묻고 답하다’ 프로그램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06.28. yesphoto@newsis.com
한 사람은 과학으로, 다른 한 사람은 소설로 개미를 탐구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두 사람이 도달한 결론은 같았다. 개미 사회는 인간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진화생물학자이자 행동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소설 ‘개미’의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 날 대담 ‘개미와 인간, 서로 묻고 답하다’에 함께했다. 두 사람은 개미의 시선으로 인간 사회를 들여다보며 공존과 문명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베르베르의 대표작 ‘개미’는 1993년 국내 번역 출간 이후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최 교수 역시 1999년 ‘개미제국의 발견’을 펴내 개미 사회의 분업과 이타성, 계급과 정치 등 인간 사회와 닮은 생태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최 교수는 “1999년 책을 낸 뒤부터 베르베르를 꼭 만나고 싶었는데 27년 만에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미국 유학 시절 인간과 가장 닮은 동물을 고민하다 개미를 연구하게 됐고, 이후 ‘개미’를 읽으며 이를 과학적으로 풀어낸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베르베르는 “개미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가장 재미없어 보이는 소재였기 때문”이라며 “다만 제 소설이 왜 한국에서 유독 큰 사랑을 받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최 교수는 한국에서 ‘개미’가 유독 사랑받은 이유를 우리 사회의 근면 중시 문화에서 찾았다.

그는 “우리 사회는 정직하지 못하거나 약간의 술수를 쓰는 것은 비판하지만, 빈둥거리거나 게으른 사람은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는 국민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여러 전시를 기획하면서도 개미를 주제로 했을 때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렸었다고도 했다.

베르베르도 개미의 근면성에 공감하며 집필 당시 붉은개미를 직접 집에서 키우며 관찰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개미를 게으른 개미, 무능한 개미, 역량 있는 개미 등 세 부류로 나눠 관찰했다며 프랑스의 ‘게으른’ 문화를 우회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다만 근면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데에는 두 사람의 의견이 같았다.

최 교수는 인간 사회에서도 20%가 80%를 먹여살리는 이른바 ‘파레토 법칙’이 적용된다면서도 “너무 열심히 일하는 개미만 많으면 결국 피로 사회가 되고, 결국 게으른 개미가 살아남는다”며 “주변의 빈둥거리는 사람을 너무 탓하지 말라. 결정적인 순간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인간이 다른 생물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두 사람은 지혜로운 인간을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지구의 다른 생명체와 공생하는 ‘호모 심비우스’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모 심비우스’는 최 교수가 학계에 제안한 개념이다.

베르베르는 인류를 지구상에서 가장 ‘젊은 종’이라고 칭하며 “인간은 지구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공존과 공생을 배우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산림을 파괴하며 자연과 괴리되고, 폭염에도 불구하고 소비주의는 더욱 심해질 뿐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며 이러한 인간을 ‘호모 이디엇(idiot·멍청이)’이라고 비판했다.

“우리의 문명은 종말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고통을 겪어야 하는 때가 올겁니다. 모든 것들을 다시 질문해야 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제가 책을 쓰는 이유도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예요. 책은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고, 공생하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로 나아가는데 충분히 기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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