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식과 콘서트, 스포츠 경기 등 집 밖에서 즐기는 여가 비용이 전체 물가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면서 미국인들의 생활방식까지 바뀌고 있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비싼 외출을 줄이고 스트리밍과 게임, 취미생활 등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여가로 눈을 돌리는 이른바 ‘집콕’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외식과 공연, 스포츠 관람, 술집, 영화관 등 집 밖에서 즐기는 여가비용이 가파르게 뛰면서 미국인들이 외출 자체를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WP가 미 노동통계국(BLS)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2000년 이후 미국의 전체 물가는 약 87%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콘서트 티켓 가격은 두 배 이상 올랐고 스포츠 경기 입장권 가격은 123% 폭등했다.
영화 관람료도 전체 물가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지만 대도시에서는 평균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다. 여기에 팝콘과 음료 가격까지 오르면서 가족 단위 영화 관람도 부담스러운 여가가 되고 있다.
반면 집에서 즐기는 여가 비용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TV와 게임, 취미용품 등 가정 내 여가 관련 비용은 지난 25년간 약 37% 오르는 데 그쳤다.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약 5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격차는 이어지고 있다.
외식 물가는 지난해보다 3.4% 상승했지만 집에서 먹는 식료품 가격은 2.2% 오르는 데 그쳤다.
차량 연료비는 이란 전쟁 여파 등으로 1년 전보다 27% 급등했다.
반면 TV 가격은 1% 상승에 그쳤고 스마트폰 가격은 오히려 12% 하락했다. 게임과 취미용품 가격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외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실제로 미국인들이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도 줄고 있다.
UCLA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인의 하루 평균 외출 시간은 2003년과 비교해 2019년 29분 감소했다. 이후 2019년에서 2023년 사이에는 다시 하루 평균 53분 줄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변화를 두고 미국인들이 “놀라울 정도로 집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노동통계국의 미국인 시간사용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예술·공연 행사에 시간을 쓰는 미국인의 비율은 2019년부터 2025년 사이 20% 이상 감소했다. 식당이나 술집을 찾는 비율도 낮아졌다.
특히 외출 지출을 가장 빠르게 줄이는 계층은 Z세대다.
PNC은행 경제학자 브라이언 르블랑은 소비자 카드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젊은층에서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 티켓 지출이 감소하는 대신 공예용품점과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DC에 거주하는 22세 여성 루시아 크레코리안도 WP에 평일 해피아워조차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음료 한 잔을 마시거나 일주일에 한 번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는 정도로 외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마저도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친구와의 관계를 위해 포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상위 소득층과 기성세대의 공연·스포츠 소비는 상대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마이애미대 하리 나타라잔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라이브 공연과 스포츠 경기 관람을 위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공연 기획사와 스포츠 구단들이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일부 공연장은 고가 좌석 판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간 가격대 좌석은 줄어드는 추세다.
르블랑은 공연 기획사들이 모든 소득계층을 대상으로 가격을 맞추기보다는 지출 여력이 있는 중상위층을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00달러짜리 콘서트 티켓의 경우 20대 초반 직장인이나 인턴에게는 큰 부담이지만 자녀를 둔 중상위 소득층 가정은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여가 소비는 소득과 세대에 따라 갈수록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고소득층은 높은 가격에도 공연과 스포츠 관람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젊은층과 저소득층은 외식을 줄이고 스트리밍과 게임, 취미생활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콕형 여가’로 이동하고 있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