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천연가스 관련 결제를 자국 통화인 루블로만 받겠다고 밝혔다.
타스통신과 리아노보스티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정부 회의에서 “소위 비우호국에 공급하는 우리 천연가스 대금 결제를 러시아 루블로 전환할 것”이라며 다른 통화 사용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미국과 서방 중심의 제재가 뒤따르자 제재 동참국 48곳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여기에는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는 물론 한국도 포함돼 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연합(EU), 미국에 우리 상품을 공급하고 달러와 유로, 또 다른 통화로 지급을 받는 건 우리에게는 더는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전 계약에 따라 공급 자체는 계속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일부 동료들과 달리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공급자로서 우리의 평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번 조치가 지급 통화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이날 푸틴 대통령의 설명이다.
그는 이날 이번 조치로 러시아 천연가스를 구매하는 쪽이 루블화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은행에 정부와 협력해 절차를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앞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자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퇴출 등 금융 제재를 가했다. 이후 러시아의 국제 신용등급은 물론 루블화 가치도 폭락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서방의 움직임이 결국 유로·달러로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사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