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대공세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민간인 시설을 대상으로 공습을 이어가면서 희생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1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한 지역에선 러시아군이 요양원을 공습하면서 56명이 사망했다.
WP는 이 시설이 크레미나와 루비즈네 인근 도시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되며, 노인과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TV 통신원이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요양원 건물 전체가 불에 탔으며 창문, 벽, 철근 등이 무너져 떨어져 나갔다.
앞서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우크라이나 주지사는 지난달 12일 이 요양원이 다른 지역 건물과 함께 러시아군 포격을 받았다고 발표했었다.
이후 러시아 탱크가 고의로 요양원을 공격했으며, 56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생존자 15명은 러시아군에 붙잡혔으며, 북쪽으로 약 65㎞ 떨어진 러시아 점령 도시 스바토베로 끌려갔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검찰총장과 인권 행정감찰관도 지난달 20일 해당 사실을 확인했으며, 키이우 주재 미국 대사관도 이를 재차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은 해당 공격에 대해 전쟁 범죄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친러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측은 이후 생존자들이 스바토베 소재 요양원에 다시 입소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북동부에서도 포격이 계속되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르키우 군 당국은 최근 24시간 동안 어린이 세 명을 포함해 민간인 22명이 다치고,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일부 지역에 지뢰를 설치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CNN에 따르면 이날 하르키우 한 거주 구역에선 격렬한 포격이 발생하기도 했다.
동남부 마리우폴에서도 도시를 함락하려는 러시아군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마리우폴을 방어하던 36해병여단에서 장교급 162명을 포함해 군인 총 1026명이 항복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조우스탈 제철소 안에 오랜 기간 방어 진지를 차려 저항해왔다. 아조우스탈은 러시아군이 최근 봉쇄한 곳이다.
앞서 지난 11일 36해병여단은 “탄약(과 식량이) 바닥나 오늘내일이 마지막 전투가 될 것”이라며 “모두 죽거나 항복하게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었다. 이 여단에 합류한 영국 한 청년이 가족에게 전화해 “이미 항복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항복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마리우폴 항복 관련 어떤 정보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마리우폴에 투입된 우크라이나 부대 두 곳의 지휘관들은 영상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여전히 교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데니스 프로코펜코 아조우 연대 지휘관은 자신의 부대가 36해병여단과 합동 작전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일부 군인이 항복했다고 인정했다.
프로코펜코 지휘관은 “자발적으로 항복한 전사들과 탈주병을 영웅시하지 마라. 그들은 부끄러운 길을 택했다”며 “어떤 경우에도 영웅시되면 안 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나 총참모부는 항복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상태다.
남부 해안에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기함 공격에 성공하기도 했다.
막심 마르첸코 오데사 주지사는 이날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인 유도미사일 순양함 모스크바호에 미사일 2기를 발사해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도 모스크바호가 심각하게 파손됐다고 인정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에 의한 것은 아니며, 탑재하고 있던 화약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피해라고 주장했다. 선원은 전원 대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