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측근들이 57억 달러에 달하는 머스크 재단 운영권을 두고 암투를 벌였다고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머스크의 재산 관리인으로 알려진 자레드 버철과 최근 머스크와 가까워진 러시아 태생의 프로 도박사 이고르 쿠르가노프가 재단 운영을 두고 대립했다.
측근 간 싸움의 승자는 버철이다. 금욕적인 삶을 사는 몰몬교도인 그는 모건스탠리 근무 시절 머스크와 만났다. 머스크가 테슬라를 창업한 이후 현금 흐름이 좋지 않았을 때 수억 달러의 대출을 주선하며 신뢰를 쌓았다.
버철는 머스크의 최측근이자 그의 재산을 관리하며 여러 방면에서 조언을 하고 있다. 또한 테슬라의 자회사인 보링컴퍼니의 이사와 뉴럴링크 CEO로 재직 중이다.
쿠르가노프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독일에서 자랐다. 4살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20대에 프로 도박사로 명성을 얻었으며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그가 머스크와 친분을 쌓게 된 것은 여자친구 덕분이다. 쿠르가노프와 동료 프로 도박사이자 여자친구인 리브 보어리는 머스크의 연인이었던 캐나다 출신 팝가수 그라임스와 친밀한 관계였다.
머스크 커플과 쿠르가노프 커플은 동반으로 만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코로나19로 쿠르가노프가 머스크 집에 머무는 일이 많아지면서 급속히 사이가 가까워졌다.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쿠르가노프는 머스크에게 다양한 조언을 했는데, 머스크는 그가 조언한 자선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결국 머스크는 쿠르가노프에게 57억 달러 규모의 머스크 재단을 운영을 맡겼다. 쿠르가노프는 재단의 기부 결정에 적극 개입했다.
버철은 지난 5월 머스크에게 쿠르가노프를 해임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머스크는 요청을 받아들였다. 머스크가 그를 해임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WSJ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FBI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외국인을 감시하던 도중 쿠르가노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버철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머스크가 수사에 말려들 수 있다고 생각해 쿠르가노프를 해임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머스크 재단 측은 쿠르가노프의 프로젝트에 재단 자금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