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리 가수 로레타 린(Loretta Lynn)이 별세했다. 영화 ‘광부의 딸'(1980) 원작자로 유명한 미국 컨트리 음악의 아이콘이다. 향년 90세.
4일 빌보드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린은 이날 미국 테네시 주 허리케인 밀스의 목장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국내 음악 팬들에겐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린은 1960∼70년대 컨트리 음악계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다. 고인의 별세 소식에 현지 음악계 모두가 슬퍼했고, 주요 언론들은 속보 기사를 쏟아냈다.
1932년 켄터키 주의 탄광에서 근무한 가난한 광부의 8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린은 1960년 데뷔 싱글 ‘나는 홍키 통크 소녀'(I’m a Honky Tonk Girl)로 단숨에 컨트리음악의 샛별로 떠올랐다. 이 곡은 미국 컨트리 음악의 여왕으로 불렸던 키티 웰스(1919~2012)의 ‘홍키 통키 천사를 만든 것은 신이 아니었다'(It Wasn’t God Who Made Honky Tonky Angels)에서 영감을을 받아 만든 곡이다.
이후 ‘유어 시티(Your City)'(1968), ‘원스 온 더 웨이(One’s On the Way)'(1971) 등 내놓는 곡마다 히트한 린은 1976년 ‘광부의 딸’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펴냈다. 이 책은 스크린으로 옮겨졌고, 린 역을 연기한 배우 시시 스파이섹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평범한 가족의 공감대를 사며 책과 영화는 큰 인기를 누렸다.
남성 중심의 컨트리계에 균열을 낸 여성 가수인 린은 여성 해방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 페미니스트이기도 했다. 1975년 남성이 여성을 얼마나 무차별적으로 임신시켰는지를 다룬 노래인 자작곡 ‘더 필(The Pill)’을 발표했다.
노년에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일흔이 넘은 2004년엔 당시 개러지 록 리바이벌 열풍과 전성기를 주도한 혼성 록 듀오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의 잭 화이트의 에이전시를 통해 현장에서 다시 활약했다. 화이트는 린의 팬을 자처했고 함께 작업도 했다.
2016년엔 딸인 패트시 린 러셀(Patsy Lynn Russell) 등과 작업한 앨범 ‘풀 서클(Full Circle)’을 통해 그래미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작년엔 46번째이자 마지막 앨범인 ‘스틸 우먼 인오프(Still Woman Enough)’를 발매했다. 이 앨범엔 그녀의 데뷔 50주년 기념곡인 ‘석탄 광부의 딸 낭송’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