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폴란드 동부 프셰보도프 마을 농장에 떨어진 미사일 폭발 사건은 러시아의 순항미사일을 막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폴란드 미사일 피격 논의를 위한 북대서양이사회(NAC) 긴급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리의 초기 분석 결과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순항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발사된 우크라이나의 방공미사일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해두자면 이것은 우크라이나의 잘못이 아니다”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불법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러시아에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또 “우리는 러시아가 나토에 맞서 공격적인 군사행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회의에서 나토 회원국들은 폴란드의 비극적인 인명 손실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동맹국인 폴란드에 대한 강한 연대를 표명했다”며 “또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자위권을 계속 지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회원국 간 나토 헌장 4조 발동 요청 여부에 관해 “나토 헌장 4조에 대한 협의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폴란드 정부는 사건 직후 나토 헌장 4조 발동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의 미사일이 아닌 우크라이나 방어 미사일이라는 잠정 결론에 따라 4조 발동에 대한 논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조항은 ‘회원국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성,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판단하면 회원국 전체가 함께 협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폴란드의 효과적 방어를 위해 나토 군의 방공시스템을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제공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나토는 우크라이나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토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우선 순위는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방공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가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이 자국의 방공 미사일이라는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조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의 방공시스템 미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잠정 결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올렉시 다닐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어떤 근거로 이번 사건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는지에 대한 정보를 받기를 기대한다”며 폴란드 현장 접근과 함께 공동조사를 요구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동부 프셰보도프 영토 내 미사일 2발이 떨어져 2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국경으로부터 6㎞ 거리 내에 있는 폴란드 동부 영토에 미사일이 떨어지자 사건 직후 다량의 미사일을 발사한 러시아 군의 소행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나토 회원국 영토에 처음 미사일 피격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과 나토를 비롯한 긴장감 속에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회원국이 공격 받으면 공동 대응하도록 한 나토 헌장 5조 발동에 따른 확전 가능성 우려 속에 상황 파악에 주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중이었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G7 및 유럽연합(EU) 정상들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비 정보에 따르면 탄도 궤도상 러시아 내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바이든 미 대통령,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및 나토 사무총장이 차례로 러시아 공격이 아닌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에 의한 우발적 사고를 언급하면서 사태 진정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군 시설과 에너지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벌였고 모든 미사일은 목표물에 명중했다”며 “러시아의 정밀 타격은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국경 35㎞ 밖에서 수행됐다”고 자신들의 책임이 아님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폴란드에서 발견된 잔해 사진 분석 결과 우크라이나 공군이 보유한 S-300 시스템의 대공 미사일로 분명히 파악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