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핑크’ 멤버 겸 솔로가수 로제의 ‘아파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하이브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 등 K-팝이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로 대거 지명되면서 그간 보수적이던 이 시상식에서 외면 받던 K-팝이 드디어 주류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K-팝 팬들과 블랙핑크 팬덤 ‘블링크’ 그리고 일부 언론에선 로제를 비롯 제니·리사·지수 등 블랙핑크 멤버들이 이번 시상식 심사 대상 기간에 성공적인 솔로 데뷔를 했음에도, 이번 ‘그래미 어워즈’ 제너럴 필즈 중 하나이자 신인상인 ‘베스트 뉴 아티스트’ 후보에 포함되지 못한 것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일부에선 후보 등재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7일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발표한 ‘제 68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에 따르면, 이번 ‘베스트 뉴 아티스트’ 후보로 캣츠아이를 비롯해 미국 가수 겸 배우 리온 토머스(Leon Thomas), 미국 팝스타 앨릭스 워런, 영국 싱어송라이터 올리비아 딘, 영국 팝가수 롤라 영, 미국 가수 삼브르(sombr) 등 차트 성적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뮤지션들이 대거 포진했다. 이들과 후보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만으로도 캣츠아이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업계의 평가다.
그런데 블랙핑크 네 멤버들의 솔로 데뷔 앨범 성과도 이들 못지 않게 대단했다. 네 멤버들은 그 사이 각각 독립 레이블을 차리거나 다른 소속사로 이적해 발매한 솔로 앨범으로도 세계 음악시장에 존재감을 굳혔다. 로제 ‘로지’, 지수 ‘아모르타주’, 리사 ‘얼터 에고’, ‘루비’ 제니 등 각 앨범으로 호성적을 거뒀다.

로제는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아파트’가 각종 차트에서 K팝 여성 가수 신기록을 쓰면서 거물이 됐다. 지수는 연기 활동도 병행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리사는 세계적인 가수들과 협업하며 주목도를 더 끌어올렸고, 미국 대형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솔로로 올랐다. 역시 코첼라에서 솔로 공연한 제니는 NME, 롤링스톤, 빌보드 등으로부터 벌써 올해의 앨범 주인공으로 낙점,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다.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스트 뉴 아티스트’ 부문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인’이라는 단어다. 이 부문은 지난 한 해 동안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고 음악계에 큰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를 선정한다. 시상 규정엔 “이전에 괄목한 성과를 거둔 아티스트는 수상 자격이 없다”고 명시돼 있다.
롤링스톤은 “블랙핑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K-팝 그룹이며, 수년간 그래미상 후보로 거론돼 왔기에 멤버들은 솔로 활동으로는 해당 부문에 후보로 지명될 수 없다”고 짚었다.
레코딩 아카데미 규정에 따르면, 그룹 멤버는 그 단체의 일부로 여겨진다. 블랙핑크라는 이름으로 이전에 그래미상에 출품된 모든 기록은 각 멤버에게도 개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다만 블랙핑크는 팀으로서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른 적은 없다.
롤링스톤은 “블랙핑크나 멤버들이 과거에 신인상 후보 지명을 위해 몇 번이나 신청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또 다른 제한은 ‘신인이든 그룹에서 나온 솔로 아티스트든, 해당 아티스트가 신인상 후보에 세 번 이상 출품한 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래미 어워즈는 아티스트 측이 원하는 카테고리에 자신의 작품을 후보로 제출하면, 시상식 주최 기관인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와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블랙핑크 멤버들이 ‘베스트 뉴 아티스트’ 부문에 오르진 못했지만 블링크는 그래미 시즌을 맞아 로제는 응원 가능한 상황이다. 로제는 ‘아파트’로 제너럴 필즈들인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그리고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까지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블랙핑크는 지난 7월에 2년10개월 만의 단체곡인 싱글 ‘뛰어'(Jump)를 발매했으나, 이 곡은 후보로 지명되지 않았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캣츠아이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가상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의 실제 가창자들인 이재(EJAE)·오드리 누나·레이 아미 활약을 짚으며 올해 ‘그래미 어워즈’ 후보 지명에선 걸그룹의 선전을 특기해야 한다고 짚었다.
롤링스톤에 따르면, 헌트릭스 ‘골든’이 ‘올해의 노래’ 후보에 오르면서 약 20년 만에 이 부문에 걸그룹이 노미네이트됐다.

또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헌트릭스 ‘골든’과 캣츠아이 ‘가브리엘라(Gabriela)’가 포함된 것을 언급하며, 10여 년 전 이 부문이 시작된 이래 걸그룹이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특기했다. K-팝은 아니지만 영국 R&B 걸그룹 ‘플로(FLO)’는 ‘액세스 올 에리어스(Access All Areas)’로 ‘베스트 프로그레시브 R&B 앨범’ 부문 후보에 올랐다.
현지 언론들은 그래미 어워즈가 그간 K-팝의 부상을 받아들이는 데 다소 소극적이었다고 짚었다.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전 세계적인 활약에도 이들의 후보 지명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주로 머물렀고 그마저도 수상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본상들인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후보에 K-팝이 다수 진입하며 ‘그래미 어워즈’ 후보 역사에 K-팝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번 시상식에서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하이브가 미국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게펜 레코드와 협업해 제작한 캣츠아이는 2개 부문 노미네이트 됐다.
이번 ‘그래미 어워즈’는 내년 2월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다. 약 2만3000건이 출품된 95개 카테고리를 대상으로 12월12일부터 내년 1월5일까지 최종 투표가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