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미주 한인사회가 미국 내 한국어 교육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AP 한국어 도입’을 강력히 추진한다.
‘AP 한국어 도입과 한국어반 확대를 위한 재미동포 추진위원회’가 21일 LA한국교육원에서 공식 출범하며, 한국어 교육의 제도적 기반 확충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최근 미 전국에서 한국어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비한국계 학생들의 한국어 학습 열기가 두드러지며,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K-컬처의 세계적 확산이 교육 현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현대언어학회(MLA)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6년 사이 미국 대학 내 한국어 수강자는 95% 증가해 주요 언어 중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듀오링고(Duolingo) 2024년 보고서에서도 한국어는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학습되는 언어로 집계됐다.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K-컬처 확산이 이러한 열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어는 AP(Advanced Placement) 과목으로 지정되지 않아,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AP 제2외국어 과목은 프랑스어, 스페인어, 라틴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등 7개 언어에 불과하다. 한국어는 약 40개 고등학교(Level 4 이상)와 140여 개 대학에서 강의 형태로 제공되고 있지만, AP 도입 최소 요건인 고등학교 250개, 대학 100개 이상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한국어반도 초·중급(Level 1~3)에 집중돼 있어 고급(Level 4 이상) 과정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추진위원회는 이러한 과제를 안고 한국어반 확대, 한국어 교육과정 표준화, 교사 양성 투자 확대, 주별 한국어 이중언어인증제(SoBL) 확산 등을 중점 과제로 내세웠다. 출범 취지문에서 추진위는 “AP 한국어 도입은 미국 내 한국어 위상을 제고하고 국력 향상에도 기여하는 가성비 높은 교육 투자”라며 “동포사회가 진보와 보수를 초월해 한뜻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 정부가 전면에 나설 경우 현지의 거부감과 타 언어권의 견제를 불러올 수 있어, 한국어 교육단체와 교민사회가 전면에 나서고 정부는 조용히 지원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출범한 추진위의 상임대표에는 30년 전 SAT 한국어 과목 도입에 역할을 했던 장태한 UC리버사이드 교수가 선임됐다.
공동추진위원장으로는 미주 각계 인사 12명이 참여했다. 곽 데이비드 도산안창호기념사업회장, 김성순 세계한국어교육자협회(IKEN) 회장, 김한일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장, 김형률 전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이사장, 김형욱 한미교육재단 이사장 겸 UCLA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김효정 CSULA 교수 겸 CSULA 한인사회연구소 소장, 류모니카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박성수 남가주한국학원 이사장, 이광호 전 NAKS 재미한국학교연합회 회장, 이성배 전 민주평통 시카고협의회장, 신 아일린 전미한국어교사협의회장(KLTA-USA), 전 로라 미주현직한인회의협의회장이 그 주역들이다.
또한 추진위에는 미 전역의 한국어 교육 단체, 한인회, 민주평통, 상공회의소 등에서 활동한 인사 12인이 공동추진위원장으로 참여해 범동포적 연대를 형성했다.

장태한 상임대표는 “동포사회가 일치단결하면 AP 한국어 도입은 결코 먼 일이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성배 공동위원장은 “지역 학교에 한국어반이 늘어야 AP도 가능하다. 시카고에서부터 이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김형률 전 위원장 역시 “한글을 배우는 것은 곧 미래세대가 한국과 평화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라며 평통 지부들을 설득해 참여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미래교육자치포럼 안민석 위원장은 (UC버클리 방문학자)은 한국 정부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P 한국어 도입은 동포사회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과제”라며 “추진위원회와 한국 정부를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고 밝혔다.

향후 추진위원회는 10만 서명운동, 모금 활동, 한국어반 확대 캠페인, 그리고 컬리지보드와의 직접 소통 등 구체적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LA한국교육원을 비롯해 미국 내 8개 한국교육원도 협력 의지를 보이며 힘을 보태고 있어, 한국어 교육 확대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