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운타운, 맥아더파크, 그리고 한인타운까지.. 성매매에 대해 다 알고 있고, 경찰에 신고도 하고, 주민들끼리 대책도 마련하지만 해결책은 없다.
위기다. 하지만 이 위기를 치안당국도, 주민들도 그리고 정치인들도 알지만 새벽에 거리에 나와있는 여성들을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다. 때문에 피해 지역 주민들과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아마도, 성매매를 하기 위한 사람들까지는 이 심각한 상황을 알고 있다.
LA의 인신매매 성매매는 ‘더 블레이드(the Blade)’로 불리는 피게로아를 따라 대놓고 이뤄지고 있다. ‘더 블레이드(The Blade)’는 LA 다운타운에서 사우스 LA까지 이어지는 피게로아 스트리트(Figueroa Street) 일대를 중심으로 한 거리 성매매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성매매를 원하는 운전자들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린 채 흥정을 벌인다. 포주들은 인근 골목에서 이를 지켜보며 자신들이 끌어들인 소녀들 — 그중에는 고작 11살짜리도 있다 — 에게 밤마다 채워야 할 할당량을 지시한다.
LA 지역의 성매매 문제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내부의 작동 방식은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그 상황은 10월 26일, 뉴욕타임스 전국 보건 담당 기자 에밀리 바움가트너 넌이 2년 반에 걸친 심층 취재 결과를 공개하면서 달라졌다. 그녀는 같은 싸움을 이어가는 세 여성의 삶을 추적했다.
바움가트너 넌은 “이 이야기는 기자로서의 꿈 같은 취재였다. 모든 것이 현장에서 직접 본 일이었다”고 말했다. “신뢰를 쌓고 경찰들이 순찰 동행을 허락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현장에 합류한 뒤에는 그저 조용히 뒷좌석에 앉아, 마치 내가 없는 것처럼 그들의 일을 지켜봤다”라고 설명했다.
그녀의 기사 제목은 “누가 LA 피게로아의 인신매매 피해 소녀들을 구할 수 있을까?”다. 이 기사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인신매매 생존자 한 명, 미성년 피해자 구조에 헌신하는 LA 경찰관, 그리고 그들의 삶을 재건하도록 돕는 신앙 기반 옹호자 셰넌 포사이트다.

바움가트너 넌은 “2년 반 전 이 이야기를 취재하기 시작했을 때, 세 명의 강인한 여성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뿌리 뽑으려는 이야기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모든 역경 속에서도 매일같이 현장에 나서는 사람들을 보며 희망을 느꼈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그런 희망의 씨앗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조사 과정에서 피게로아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게 만드는 시스템도 드러났다. 많은 소녀들이 캘리포니아의 과부하된 위탁보호 시스템에서 나왔다. 그들에게는 안정적인 주거, 지속적인 담당자, 구조 후 장기 회복을 위한 선택지가 없다. 구출된다 해도 대부분은 몇 주 안에 다시 같은 거리로 돌아간다.
바움가트너 넌은 “아무리 많은 소녀를 구해도, 그들이 돌아가는 시스템이 여전히 망가져 있다면 순환은 다시 시작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영상에는 ‘더 블레이드’로 불리는 피게로아가 일대에서 LAPD 성매매 단속반이 작전을 펼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기사는 인신매매 생존자 ‘아나’의 이야기로 시작해, 그녀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끝난다. 보호를 위해 그녀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나는 13살 때 처음 인신매매 피해를 당해 여동생(11살)과 함께 피게로아가에 내몰렸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 거리에서 흔했다. 위탁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가출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새 친구를 만나 ‘도와줄게’라는 말에 속아 끌려온 것이다”고 바움가트너 넌은 썼다.
아나는 수년간 시스템 속을 떠돌았다. ‘더 블레이드’, 모텔, 임시 숙소를 오갔다. 구조될 때마다 결국 다시 거리로 돌아갔다. 어린 시절 자신을 가뒀던 공포, 조작, 그리고 대안의 부재가 다시 그녀를 끌어당겼다.
바움가트너 넌은 “이 소녀들 대부분은 한 번도 안정된 삶을 경험하지 못했다. 어떤 이에게는 그곳이 하루의 끝에 누군가 자신을 기다려주는 유일한 장소였다”고 말했다. “가장 힘든 진실은 깨끗한 ‘구출’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복은 단선적인 길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필요하다.”
현재 19살이 된 아나는 안전하다. 지난해 그녀를 피게로아에서 구한 신앙 기반 비영리단체 ‘Run 2 Rescue’의 회복시설에서 생활한다. 그녀 곁에는 상담사, 간호사, 멘토, 모두 같은 길을 걸었다 벗어난 여성들이 함께한다.
바움가트너 넌은 “아나는 이제 스스로 반인신매매 활동을 돕고 있다”며 “밝고 유머러스하고 강하다. 이제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고 말했다.
아나의 회복에는 Run 2 Rescue의 설립자 셰넌 포사이트의 역할이 컸다.
바움가트너 넌과 함께, 수년간 법집행 기관과 협력해 피해자들을 ‘더 블레이드’에서 구출해온 포사이트는 기사 속 세 중심 인물 중 한 명으로, 아나와 LA 경찰 엘리자베스 아르멘다리즈 경관과 함께 등장한다. 그녀는 10년 넘게 피해자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갔다. LAPD 인신매매 전담팀 및 지역 비영리단체와 협력하며, 매일 밤 일관성과 연민, 그리고 시간을 들고 현장에 나선다.

현재도 피게로아를 담당하는 LAPD 단속반을 이끌고 있는 아르멘다리즈 경관은 기사 속에서 ‘지치지 않는 경찰’로 그려진다. 장시간 근무를 마다하지 않고, 잠복 작전을 조직하며, 소녀들이 포주가 아닌 자신을 믿고 따라오게 설득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현실은 어렵다. 인력 부족, 법원에서의 사건 기각, 그리고 구조 직전 사라지는 피해자들 그런 좌절 속에서도 그녀는 계속 싸운다.
포사이트는 그녀가 데려온 피해자들을 다른 방식으로 만난다. 수갑이나 질문 대신, 배낭과 담요, 인내심을 가지고 간다. “우리는 그들이 있는 자리에서 만난다”고 그녀는 말했다.
포사이트는 “이 피해자들은 평생 어른들에게 상처받았다. 자신을 지켜줘야 할 사람들에게 배신당했다”며 “그런 아이들이 나를 왜 믿어야 하나? 우리는 그 불신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Run 2 Rescue에서는 ‘답이 있다’거나 ‘해결해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런 말에 지쳤다. 그냥 그 자리에서 만난다. 그날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괜찮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이건 내 번호예요. 밥이 필요할 때, 옷이 필요할 때, 손난로가 필요할 때, 아니면 그냥 쉬고 싶을 때 전화해요.’”
그녀가 말하는 ‘쉼’은 ‘더 블레이드’에서 벗어난 하룻밤, 성매매·폭력·공포의 악순환에서 잠시 멈추는 시간이다. 어떤 이에게 그것은 인생에서 처음 느끼는 ‘안전함’이자 ‘어린 시절’의 순간이 된다.
피해자들이 연락을 해오면, 포사이트와 팀은 단순한 물품 이상을 전한다. 새 옷, 부드러운 트레이닝복, 포근한 담요, 인형이나 곰인형. 그것은 물질보다 ‘위로’를 주는 행위다.
그녀는 잊지 못할 몇 명의 소녀들을 떠올렸다. “J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싶다고 조용히 말하던 아이였다. 너무 다정했고, 잘못된 무리에 휩쓸렸지만 여전히 희망이 보였다”고 했다.
“17살의 K는 강하고 독립적인 아이였다. 스스로를 키우고 있다고 느꼈다. 두 번째로 경찰서에 왔을 때는 우리가 준 팔찌를 차고 ‘봐요, 아직 가지고 있어요. 필요할 때 연락할 거예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W가 있었다. 바움가트너 넌이 뉴욕타임스의 마지막 영상을 촬영하던 날 밤, 보호 관찰 영장으로 체포돼 들어온 소녀였다. 처음엔 차갑고 무뚝뚝했지만, 포사이트가 깨끗한 트레이닝복과 양말을 건네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대화 도중 W는 “누군가 진심으로 자신을 봐주길 기도해왔다”고 털어놓았고, 포사이트는 그 순간 “드디어 그녀를 봤다”고 느꼈다. 잠시 후 W는 울음을 터뜨리며 그녀 곁에 기대 잠들었다. “다시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포사이트는 회상했다.
피해자들의 이름은 신변 보호를 위해 이니셜로만 표기됐다.
포사이트는 인신매매 근절의 출발점은 지역사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아이들은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동생이다. 그렇게 바라보면 시선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Run 2 Rescue는 지역사회 교육과 홍보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시선의 전환’을 이끌어내려 한다. 단체는 ‘인신매매 101’ 워크숍을 열어 주민들에게 위험 신호를 인식하고 안전하게 신고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바움가트너 넌은 “취재를 하면 할수록, 이건 단지 경찰이나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눈앞의 현실을 보고, 외면하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새로 구조된 소녀들을 위한 회복 키트를 함께 꾸릴 수도 있다. 키트에는 후드티, 트레이닝복, 따뜻한 양말, 슬리퍼, 인형, 담요, 그리고 세면도구가 담긴 배낭이 포함된다.
포사이트는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누구나 밤마다 피게로아로 나갈 수는 없지만, 목소리가 될 수는 있다. 징후를 배울 수 있고, 외면받은 청소년을 돌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움가트너 넌은 “인식만으로도 이 소녀들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un 2 Rescue는 매년 ‘희망의 양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시즌의 배분은 마무리됐지만 단체는 여전히 생존자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아마존 위시리스트를 통해 받고 있다.
포사이트는 “우리가 전달하는 모든 선물에는 지난 10년 넘게 소녀들에게 해온 같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당신은 보이고 있어요. 당신은 소중해요. 당신은 잊히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바움가트너 넌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계속 남아 주는 사람들, 계속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희망이다.”
<박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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