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가 미국이 도발을 계속한다면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공급하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10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마체고라 대사는 “미국의 도발이 계속되고 위험이 더 커지면 북한 지도부가 국가의 방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실험을 하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이어 “물론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라면서도 “만약 핵실험이 이뤄진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에 있다”고 몰아세웠다.
지난달 19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같은 달 15~17일 진행한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에 반발해 수중 핵무기 체계를 시험했다고 밝혔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무모한 군사적 대결 광기를 절대로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란 제목의 담화에서 “우리 국가의 안전을 심중히 위협하는 행위”라며 “국방과학원 수중무기체계연구소가 개발 중인 수중 핵무기 체계 ‘해일-5-23’의 중요 시험을 조선 동해 수역에서 진행했다”고 말했다.
수중핵어뢰로 알려진 해일은 북한이 개발한 핵무인수중공격정이다. 북한은 지난해 3월28일 ‘해일-1’을 개발·시험한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같은 해 4월8일 ‘해일-2’를 시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한국과 미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지난달 15∼17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과 수중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첫 해상훈련을 했다.
훈련에는 한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 등 2척, 미국 해군 제1항모강습단 소속의 항공모함 칼빈슨함 등 5척,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콩고함 등 2척 등 모두 9척이 참여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공급했다는 의혹을 거부하면서 “이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직접 공급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은 이 같은 군수품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라며 “한국이 도발에 굴복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는 엄청난 후과를 초래하는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서한을 보내 이를 위협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함으로써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매체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과 지뢰제거 장비를 제공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살상무기를 공급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적었다.
또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 155㎜ 포탄 50만 발을 공급(대여)하기로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2022년 한국이 미국에 판매한 양인 10만 발보다 5배 많은 물량”이라면서도 “미국이 최종 사용자가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 허가없이 포탄이 우크라이나로 운송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4일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보에 의하면 북한은 최근 러시아에 탄도미사일 발사대와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제공했다”며 “지난해 12월30일 러시아군은 이러한 미사일 중 최소 한 발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했다”고 알렸다.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북한 외무성은 “북한은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이에 대한 언론 보도는 터무니없는 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권종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도 “근거 없는 이야기를 퍼뜨려 우크라이나를 향한 무기 공급을 정당화하려고 어리석게 노력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마체고라 대사도 앞서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한다는 이야기는 없다. 북한은 실제로 전쟁 전 상황에 처해 있고, 그들 스스로 무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