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현재 전선 동결 휴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하자, 미국은 현재로선 러시아와 회담에서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1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한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가까운 시일 내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회담이 시간 낭비가 되길 원치 않는다”며 “앞으로 이틀 동안 우리가 무엇을 할지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회담 자체를 취소한 건 아니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될 여지가 있어야 푸틴 대통령과 회담장에 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정상회담 관련 “잡히지 않은 일정을 연기할 순 없다”며 “아직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연기할 수 없다”고 선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과 두 시간가량 통화한 뒤 2주 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고위급 회담도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로부터 5일이 지났지만 양측은 고위급 대면 회담 일정을 못 잡고 있다. 오히려 사전 통화에서 의견차만 확인하는 모양새다.
CNN에 따르면 복수의 소식통은 외교적 접촉도 중단됐다며,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종전 관련 서로 다른 기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P는 두 장관이 전날 통화 이후 양국 정상회담 계획이 잠정 보류됐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양국 장관은 생산적인 통화를 가졌다”면서 “추가 대면 회담은 필요하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 푸틴 대통령과 만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루비오 장관은 러시아가 여전히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으며, 다음 주 정상회담을 추진하라고 권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주 중 다시 라브로프 장관과 통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현재 전선을 동결하고 휴전하는 방식을 거부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루비오 장관과 통화에서 전쟁에 대한 러시아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휴전 전 평화 협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폴란드가 푸틴 대통령이 자국 영공을 비행할 경우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 부다페스트에서 회담을 갖기 어렵다는 주장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지원을 거부했기 때문에 러시아의 외교적 해결 의지가 줄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정례 연설에서 “장거리 공격 능력 문제가 평화의 필수 열쇠일 수 있다는 신호”라며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공격 능력이 향상돼야 러시아의 전쟁 종식 의지가 커진다”고 강조했다.
유럽 정상들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동 성명을 내 “현재 전선이 협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무력으로 국경을 변경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급히 미국 방문길에 올라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토마호크 지원을 무기로 러시아를 압박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뉴욕타임스에 이같이 분석하며 “푸틴도 이를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토마호크에 대해 걱정했고, 통화를 요청해 최소한 토마호크 지원은 지연시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