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이해찬 전 총리 추모 기간이 끝나자마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합당 문제를 두고 파열음이 터졌다. 정청래 대표의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을 두고 추모 기간 자제했던 비판 목소리가 분출하는 모양새다.
이언주 수석최고위원은 2일 민주당 최고위 공개 발언에서 정 대표가 던진 조국혁신당 합당론에 관해 “고대 로마에서는 2인자, 3인자에 대한 반란이 빈번했다”며 “최근 상황을 보면 고대 로마가 생각난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 사안의 정치적 본질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매우 높고 대통령의 권한이 강력한 임기 초반에 2인자, 3인자들이 판을 바꾸고 프레임을 바꿔 당권과 대권을 위한 욕망, 본인들이 간판이 되려는 욕망이 표출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며 “정권 초기다. 저는 대통령 임기 초 조기 합당은 분명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소모적인 합당 논의를 멈추고 국정을 뒷받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부동산, 설탕부담금 등 민생 중심의 정책 메시지를 쉼 없이 내고 있는데 우리 민주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이번 합당 제안은 전적으로 대표 개인의 제안이었다”며 “최고위에는 논의도 없이 그야말로 일방적 통보 전달만 있었다”고 했다. 이어 “심한 자괴감을 여전히 느낀다”며 “조국혁신당과 합당 추진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초 정 대표의 합당 제안 직후인 지난달 말쯤부터 당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전 총리의 별세로 당이 추모 기간을 지내며 합당 관련 절차도 미뤄졌고, 정 대표 제안에 반발하는 당내 움직임도 일단은 자제되는 분위기였다.
지난 주말 이 전 총리 장례 일정이 모두 끝나고 이날 2월 임시국회 개회 등으로 정치권 일정이 평시로 돌아가며 민주당 내에서는 종일 합당을 둘러싼 움직임이 분주히 이뤄졌다. 초선 모임인 ‘더민초’도 한 차례 순연했던 2차 긴급 회동을 이날 재개했다.
더민초 좌장인 이재강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대체적 의견은 지금 합당 논의는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회동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합당 재논의, 그리고 소수의 합당 진행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더민초는 정 대표와 간담회를 추진한다.
지방선거 후보군의 발언도 이어졌다. 경기지사 후보군인 친명계 재선 한준호 의원은 이날 더민초 회동과 관련, “초선 의원 다수는 지금의 합당 논의를 멈추고 지방선거 이후 차분히 논의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며 “상식적이고 책임 있는 판단”이라고 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4선 박홍근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당면 과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론대로 국민의힘 쇠락 과정에서 형성된 중도보수의 정치적 공백을 흡수해 정권 재창출의 토대를 안정적으로 마련하는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아울러 김상욱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두 당의 합당은 역설적으로 국민의힘에 정치적 생존 공간을 제공할 우려가 있다”며 “견제가 필요한 국민의 시선을 다시금 국민의힘으로 향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썼다.
비판에 맞서 정 대표를 두둔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이날 공개회의에서 “당대표는 개인이 아니다. 당원의 총의로 만들어진 대표”라며 “대표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 당원께 제안을 했다. 그리고 공은 당원들께 넘어갔다”고 했다.
그는 “공당의 대표가 제안한 내용을 갖고 공개적인 석상에서 모욕에 가까운 얘기를 하는 것은 당인의 자세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 당대표 (시절) 면전에서 독설을 쏟아냈던 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라”고 했다.
한편 합당 제안 전 정 대표와 회동했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합당 제안 후 민주당 내부 논쟁이 격렬하다”며 “민주당 쪽에서 결론을 내 달라”고 했다. 또 “(내부 이견 해소 과정에서) 우당인 조국혁신당을 멋대로 활용하지 말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를 열고 ▲택지소유상한제 ▲토지분 종부세 현실화 ▲개발이익환수제 강화 등 구상을 밝혔다. 조국혁신당은 앞서 민주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자당 DNA 보존을 강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