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가주 산불 피해 지역에서 주택 재건 신청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실제 복구 속도는 이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A 카운티 건축 허가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약 3400건의 재건 신청이 접수됐다. 이는 알타데나 지역 전소 주택 약 6000채의 56% 수준이다. 그러나 허가 처리 기간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중간값 127일이던 허가 기간은 현재 155일로 증가했다.
실제 완공된 주택은 33채에 불과하며, 약 1000여 채가 공사 중이고 560채 정도만 허가를 받은 상태다.
현장에서는 절차의 복잡성과 정보 부족이 초기 단계부터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기초 공사를 진행하던 중에서야 임시 전력 기둥 설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등, 필수 절차를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알타데나 지역 원스톱 허가 센터에는 매일 수십 명이 몰리고 있다. 이곳은 도시계획, 건축안전, 소방, 공중보건 등 관련 부서를 한 공간에 모아 운영하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해 여러 차례 방문해야 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축업자나 대행업체가 아닌 일반 주민들이 직접 신청 절차를 진행하면서 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일부 신청자들은 전력 설치 비용 납부, 전력회사 승인, 카운티 허가 등 단계가 분절돼 있어 절차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은 상대적으로 허가 속도가 빠른 편이다. 전체 전소 주택 중 약 3분의 1만 신청이 접수됐지만, 허가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00일 미만이다. 현재까지 867채가 허가를 받았고 7채가 완공됐다.
그러나 두 지역 모두 2017년 터브스 산불 이후 산타로사 복구 속도와 비교하면 여전히 뒤처진 상태다. 같은 기간 대비 허가 비율은 퍼시픽 팰리세이즈는 절반 수준, 알타데나는 약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재건 지연의 핵심 원인은 행정 처리보다 설계 단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접수된 238건을 추적한 결과, 6개월이 지나도 상당수가 초기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었고, 절반 이상은 완전한 설계도를 제출하지 못한 상태였다.
일부는 용도지역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고, 다수는 설계 미제출 또는 승인 대기 상태에 머물렀다. 결과적으로 허가 이전 단계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구조다.
건설업계에서는 많은 신청자들이 최소한의 설계만 제출한 뒤 이후 보완을 반복하면서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카운티 자료에서도 심사 기간은 평균 32일에 불과하지만, 신청자가 보완 자료를 제출하는 데는 평균 122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설계 변경 과정에서 기존 재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절차가 다시 시작되거나, 공사 계획이 수정되면서 수개월 단위 지연이 발생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신적 요인도 복구 속도를 늦추는 변수로 지목된다. 갑작스러운 화재로 삶의 기반을 잃은 주민들이 장기간 불확실성과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재건 절차 자체를 미루거나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재건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행정 간소화뿐 아니라 초기 설계 지원과 함께 정신건강 지원까지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성철 기자(sungparkk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