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리밍 서비스가 영화 감상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영화관 산업은 장기간 침체를 겪어왔다. 그러나 영화관들은 의외의 곳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았다. 바로 수십 달러에 판매되는 한정판 팝콘 통이다.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일부 한정판 팝콘 통은 70달러에 판매되며, 개봉과 동시에 품절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영화관 체인인 AMC는 올해 한정판 팝콘 통 판매만으로 약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3위 영화관 체인인 시네마크도 이러한 컬렉터 상품이 최근 몇 년간 전체 상품 매출을 40% 늘리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AMC 식음료 제품 전략 담당 부사장 넬스 스톰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7년 전만 해도 이런 사업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며 “팝콘 통이 영화관을 살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주요 영화 개봉을 둘러싼 문화의 일부가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관이 대형 팝콘 한 통을 제공하는 데 드는 원가는 2달러도 되지 않는다. 이를 일반 용기에 담아 약 10달러에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같은 팝콘을 70달러짜리 한정판 팝콘 통에 담아 판매하면 수익성은 훨씬 커진다. 소비자는 팝콘을 사는 것이 아니라 소장 가치가 있는 한정판 상품을 구매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 ‘오디세이’를 위해 제작된 22인치 트로이 목마 모양 팝콘 통이다. 출시 직후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일부 제품은 향후 중고 거래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미국 소비자들은 단순한 실용성보다 희소성과 경험, 소장 가치를 위해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영화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높은 티켓 가격 때문에 흥행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판매한 입장권은 높은 수요를 기록했고, 상당수 경기는 사실상 매진됐다. 이후 재판매 시장에서는 정가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이어졌다. 가격이 비싸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기존 분석과 달리, 팬들은 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까지 입장권을 확보했다.

트레이더 조의 토트백도 비슷한 사례다.
3달러 안팎에 판매되는 이 토트백은 처음에는 단순한 판촉 상품 정도로 평가됐다. 그러나 시즌 한정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매장마다 품절 사태가 반복됐고,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정가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기에는 이를 일시적인 유행이나 희귀 아이템 효과로 해석했지만, 수년째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단순한 반짝 특수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최근 미국 소비시장은 전통적인 경제학 공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을 예상하는 전망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미국의 소매판매는 예상보다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제품에는 높은 가격도 기꺼이 지불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이 소비를 단순히 가격과 소득만으로 해석하는 동안 실제 시장은 희소성, 팬덤, 경험, 소장 가치 등 새로운 소비 기준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지금의 미국 소비자는 ‘싸서 사는 시대’가 아니라 ‘갖고 싶어서 사는 시대’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소비 패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시장의 흐름을 반복해서 놓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성철 기자(sungparkk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