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들이 출근 의무를 강화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률은 크게 변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재택근무 비중을 줄이고 사무실 근무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며, 직원들의 출근률 제고에 힘쓰고 있다.
직장 연구소 워크포워드가 9000개 고용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초에 비해 직원들에게 사무실 근무 시간을 12% 더 요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주 3회 출근을 요구하고 있으나, 오는 11월부터는 이를 주 4회로 늘릴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내년 2월부터 태평양 북서부 지역 직원들에게 주 3일 출근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영화사 파라마운트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직원들에게 지난 1월부터 주 5일 출근을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퇴사해야 한다는 최후통첩을 내렸다. NBC유니버설도 내년부터 주 4일 출근을 요구하며 비슷한 선택지를 직원들에게 제시했다.
아마존, 델, JP모건 등 주요 대기업들도 올해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출근 의무 강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실제로 사무실 출근자가 늘어난 지역도 있다. 뉴욕시에서는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들이 전면 출근을 요구하면서 지하철 이용객 수가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7월에는 보행자 수도 2019년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출근 요구 강화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 비율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전체로 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사무실 출근 횟수가 약 3분의 1가량 감소한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사무실 방문이 크게 줄었고, 이후에도 예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한 것이다.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 니컬러스 블룸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지난 2023년과 비슷한 약 4분의 1이 여전히 재택근무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택근무 선호도가 높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고심은 크다. 우수한 직원들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허용해 주는 고용주들도 있다. IT 산업에서 오랫동안 인사 관리 임원을 지낸 베스 스타인버그는 “기업들은 업무 성과가 높은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처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임원급 마저도 재택근무 선호 현상이 강하다. 미국 급여 근로자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고위 관리직의 절반가량이 재택근무를 위해 급여 삭감도 감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출근 의무 강화에 따른 직원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상업부동산 전문업체 CBRE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출근을 요구 시 거의 전 직원이 따르지만, 주 3일 이상 출근을 요구할 경우 75% 이하의 직원만 이에 순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기업은 출근 요건을 통해 인력 감축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니컬러스 블룸 교수는 “출근 압박은 비용이 적게 드는 인력 감축 수단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