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또 한 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실적을 증명했지만, 시장에 확산된 ‘인공지능(AI) 공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과도한 AI 투자가 거품을 형성했다가 급격히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8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한 분기 매출이 상당한 반도체 기업의 연간 매출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5% 넘게 하락했다. 최근 6개월간 주가 상승률도 8%에 못 미치며 다른 반도체 종목들의 랠리와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를 넘어 데이터센터 확충 과정의 ‘병목’을 담당하는 인프라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하드디스크, 광섬유 케이블, 발전기 제조업체 등이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가파른 성장세가 오히려 향후 불안 요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엔비디아로 흘러 들어가는 막대한 자본지출이 주요 고객사인 빅테크의 재무 건선정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에만 약 65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오픈AI의 주요 파트너인 오라클 주식을 공매도하는 등 AI 붐에 역베팅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 확대의 영향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등 주요 빅테크의 올해 잉여현금흐름(FCF)은 눈에 띄게 감소할 전망이다. 비저블 알파 컨센서스에 따르면 아마존은 FCF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반면 엔비디아는 직전 회계연도에 967억 달러의 FCF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6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다음 달 열리는 GTC 콘퍼런스에서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칩인 ‘베라 루빈(Vera Rubin)’ 제품군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 주력 모델인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을 능가하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엔비디아는 이제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직접 누그러뜨려야 하는 역할까지 해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고 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한 콘퍼런스에서 “AI가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은 세상에서 가장 비논리적인 주장”이라며 시장의 공포를 달랬고, 세일즈포스, 스노우플레이크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 날에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WSJ은 “엔비디아만 수익을 독식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엔비디아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