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다저스 출신이다.
지난 11일 메이저리그 디비전 시리즈는 4경기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휴스턴 애스트로즈와 시카고 화이트삭스간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4차전은 비 때문에 하루 연기됐다.
그렇게 나머지 3경기가 열렸고, 승리의 주역은 모두 전 다저스 소속 선수들이었다. 공교롭게도 다저스는 이날 샌프란시스코에게 패했다.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vs LA 다저스
1승1패로 맞선 다저스는 선발투수 맥스 슈어져를 선택했다.
지난 와일드카드 호투와 현재 사실상 다저스의 믿을 만한 베테랑 투수이다. 슈어져는 기대에 부응하며 7이닝 3안타 1실점 삼진 10개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사상 첫 3개 팀에서 포스트시즌 단일 경기 삼진 10개 이상을 잡는 진기록을 세웠다. (디트로이트, 워싱턴, 다저스)
그런데 0-0이던 5회초 에반 롱고리아에게 맞은 솔로홈런에 결승홈런이 되고, 패전투수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다저스 타선은 샌프란시스코의 선발로 나선 알렉스 우드에게 철저하게 당했다.
우드는 다저스 출신으로 지난해에도 다저스에서 다저스 선수들과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이런 우드가 4.2이닝동안 다저스 타선을 2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역시 2020년 다저스의 불펜 투수로 활약했던 제이크 맥기가 7회 1사후 마운드에 올라 다저스 타선을 무안타로 막고 자신의 맡은 임무를 완수했다.
다저스 타선은 두 다저스 출신 선수에게 꼼짝 못하고, 새롭게 영입한 슈어져의 호투도 빛이 바래게 만들었다.
다저스는 이날 경기에서 0-1로 패하고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몰리게 됐다. 지난시즌 우승팀 다저스는 한 경기만 더 패하면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한다.
• 밀워키 브루어스 vs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역시 1승 1패로 맞선 두 팀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5회말 애틀랜타는 무사 1,2루의 찬스를 잡았고, 마침 투수타석이 돌아왔다.
애틀랜타는 이번 디비전 시리즈에서 대타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작 피더슨을 대타로 내세웠다.
피더슨은 타석에서 밀워키의 에드리언 하우저의 직구를 통타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애틀랜타는 피더슨의 홈런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하고,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기 시작했다.
피더슨은 다저스에서 유망주로 성장했지만 플래툰 시스템 희생양이었다.
2021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지만 컵스가 팀을 완전 재정비하면서 시즌 도중 애틀랜타로 트레이드 됐다.
그리고 애틀랜타에서 보란 듯 포스트시즌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피더슨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통산 11호 홈런을 기록했고, 3경기에서 세 번 대타로 출전해 3안타 그 중 2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 탬파베이 레이스 vs 보스턴 레드삭스
보스턴은 이 친구 없었으면 어떡할 뻔 했나 싶을 정도다. 키케 에르난데스 얘기다.
키케는 포스트시즌 7타석 연속 안타를 기록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3타수 무안타를 기록중이었다.
하지만 키케는 5-5로 맞선 9호 1사 2,3루 기회에서 타석에 선 키케는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끝내기 점수를 만들어냈다.
키케 에르난데스는 다저스에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타나 땜빵(?) 요원으로 큰 활약을 펼쳤었다. 하지만 주전으로 뛰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올시즌 보스턴과 계약했다.
다저스를 떠나면서 다저스 팬들을 잊을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던 키케는 보스턴에서 확실히 주전으로 자리잡았고, 현재 보스턴의 플레이오프 승리를 이끌고 있는 중이다.
키케는 포스트시즌 타율 0.450을 기록중이다.
한편 대타로 출전한 탬파베이의 최지만은 이날 2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플레이오프도 마무리 했다.
이번 포스트 시즌은 다저스 출신 선수들의 맹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만약 11일 예정대로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경기를 했다면 역시 다저스 출신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이 활약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랜달까지 승리에 힘을 보탰다면 이날 4경기는 모두 다저스 출신 선수들의 힘에 힘입어 팀이 승리하는 진기록이 달성될 뻔 헸다.
물론 3경기에서의 다저스 출신 선수들 활약도 기록이기는 하다.
현대 야구에서 선수들이 에이전트의 돈에 따른 계약으로 자주 팀을 옮기는 상황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처음 발생한 것이다.
정작 다저스는 배출한 선수들 때문에 남들의 승리소식만 바라보고 있다.
다저스는 12일 샌프란시스코와 디비전 시리즈 4차전을 치르게 되며, 이날 패하면 플레이오프 조기 탈락, 승리해도 14일 샌프란시스코로 가 5차전을 치러야 한다.
<이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