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역시 최강이었다. 한국 축구가 세계 최강 브라질의 현란하고 간결한 플레이에 고전하며 완패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는 등 5골을 내주며 1-5로 졌다.
0-1로 뒤지다가 황의조(보르도)의 동점골로 잠시 균형을 맞췄지만 이후 브라질의 공세를 버티지 못했다.
한국의 브라질전 상대전적은 7전 1승6패가 됐다. 1999년 3월 서울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김도훈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긴 게 유일한 승리다.
한국은 오는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와 평가전을 치른다. 10일 파라과이, 14일 이집트까지 6월 4연전이 펼쳐진다.
브라질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월드컵 최다 5회 우승에 빛나는 강호답게 초반부터 여유로운 플레이로 한국을 압박했다.
이 경기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토트넘)과 세계적인 공격수 네이마르의 골잡이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네이마르는 전날 훈련 중 오른 발등 부위를 다쳐 출전이 불투명했지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멀티골을 기록하며 이름값을 했다.
후반 33분까지 약 78분을 소화했다. 현란한 개인기와 슈팅, 스피드로 한국 수비를 크게 흔들었다. 페널티킥 전담 키커로 2골을 넣었다. 경기 최우수선수인 맨오브더매치(MOM)에 선정됐다.
손흥민은 호쾌한 중거리슛과 돌파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지만 브라질 수비의 효율적인 방어에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황의조가 만회골을 넣어 영패는 막았다. 전반 31분 멋진 터닝슛으로 골을 기록하며 1년 만에 A매치 득점을 올렸다.
벤투 감독은 4-3-3 포메이션에서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울버햄튼)을 공격 삼각편대로 배치했다.
백승호(전북), 황인범(서울), 정우영(알사드)이 중앙에 자리했고, 수비는 이용(전북), 김영권(울산), 권경원(감바 오사카), 홍철(대구)이 맡았다.
골문은 김승규(가시와 레이솔)가 지켰다.
브라질은 네이마르를 비롯해 히샬리송, 루카스 파케타(리옹), 하피냐(리즈)가 나섰다.
수비 포백은 다니 알베스(바르셀로나), 마르퀴뇨스(파리 생제르맹), 티아고 실바(첼시), 알렉스 산드루(첼시)가, 프레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카세미루(레알 마드리드)는 중원을 책임졌다.
브라질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실바가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골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첫 골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 6분 왼쪽 측면을 완전히 뚫렸다. 브라질이 포문을 열었다. 땅볼 패스에 이은 프레드의 슈팅이 히샬리송의 무릎에 맞고 골키퍼 김승규로 향하며 골로 이어졌다.
빠른 돌파와 간결한 볼 처리가 돋보인 장면이다. 브라질은 이후에도 패스플레이로 파상공세를 펼쳤다.
한국은 후방 빌드업을 통해 반격의 틈을 노렸지만 브라질은 공격만큼이나 수비도 탄탄했다.
전반 12분 손흥민, 황인범의 연이은 슈팅으로 브라질을 위협했다. 특히 황인범의 중거리슛은 골키퍼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브라질은 송곳 같은 패스와 측면 크로스로 수비진을 끝없이 괴롭혔다.
기회를 엿보던 한국은 전반 31분 황의조의 한 방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황의조는 수비수 실바를 등진 상태에서 황희찬의 패스를 받고, 침착하게 오른발 터닝슛으로 연결해 브라질의 골네트를 갈랐다.
황의조는 오랜 침묵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6월 카타르월드컵 2차예선 투르크메니스타전 이후 1년 만에 터뜨린 A매치 골이다.
하지만 브라질은 전반 42분 네이마르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다시 달아났다. 이용이 산드루에게 반칙을 범했고, 비디오 판독(VAR) 끝에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한국은 후반에도 12분 만에 VAR을 통해 한 차례 더 페널티킥을 내줬다. 김영권의 반칙이었다.
이번에도 네이마르가 키커로 나서 브라질의 세 번째 골로 연결했다.
벤투 감독은 백승호와 이용을 대신해 김문환(전북),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브라질은 2골 차로 앞섰지만 고삐를 늦추지 않고, 좌우 측면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후반 25분에는 2021~202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결승골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14번째 우승을 이끈 신예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까지 투입했다.
한국에선 황의조가 빠지고 나상호(서울)가 투입됐다.
치치 브라질 감독은 후반 33분 네이마르를 불러들였다. 쿠티뉴(아스톤 빌라)가 대신 투입됐다. 쿠티뉴는 투입된 지 2분 만인 후반 35분 네 번째 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손흥민은 후반 36분 장기인 중거리슛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크게 아쉬워했다.
브라질은 가브리엘 제수스(맨체스터 시티)마저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추가하며 5골을 채웠다.
이날 경기장에는 6만4872명이 찾아 한일월드컵 20주년을 기념하는 ‘AGAIN 2002’ 카드섹션을 펼치는 등 뜨거운 축구 축제를 벌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일부터 오는 6일까지 풋볼위크로 지정했다. 이날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 등 한일월드컵 전사들이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경기에 앞서 손흥민에게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여했다.
손흥민이 EPL 득점왕을 차지한데 대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 위로를 줬다고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전달하는 청룡장을 대통령이 직접 선수에게 수여하는 건 이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