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일) 아침 일찍 텍사스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다. 로건 오하피가 곧 들어올 거라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프런트 직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선수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기억을 정확히 되짚었다. 추신수 다음에 양현종이 있었고, 지금은 마이너에 김성준이 있다고 했다. 투타를 병행하면서 내야 수비까지 소화한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레인저스에 한국 선수가 없은 지 너무 오래됐다고.
김성준은 열아홉이다. 광주일고를 나와 KBO 드래프트를 건너뛰고 곧바로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했다. 프로 첫 시즌인 올해 루키리그에서 타자로 타율 3할3리에 7홈런, 투수로 8⅔이닝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97마일이다. 아직 한 시즌을 다 보내지 않았으니 더 두고 봐야지요라고 레인저스 프런트 직원은 또 한마디를 첨언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오하피가 들어왔다. 인사를 건넬 틈도 없이 그는 곧장 그라운드로 나갔다. 이날 아침 트리플A 라운드록에서 콜업된 참이었다. 덕아웃 곳곳에서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그중에는 체이스 실세스도 있었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29일 텍사스와의 트레이드로 함께 에인절스를 떠나 이곳으로 왔다. 커피를 든 채 마주 보고 웃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이날 알링턴 마운드에는 넉 달 만에 돌아온 기쿠치 유세이가 섰다.
커트 스즈키 감독은 전날 밤에야 등판을 확정했다. 그 전까지는 좀처럼 확답을 주지 않았다. 등판 결정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 감독의 답은 몸 상태가 아니라 다른 곳을 향했다. “결국 본인이 어떻게 느끼느냐, 자신감의 문제다. 마운드에는 자신감을 갖고 올라가야 하니까. 준비됐다고 느끼고 스스로 확신이 있다면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이날 레인저스 라인업 7번 지명타자 자리에는 오하피의 이름이 있었다. 기쿠치의 공은 주로 트래비스 다노가 받았다. 다노가 부상으로 빠진 뒤로는 줄곧 오하피가 마스크를 썼지만, 기쿠치는 다노와 짝을 이룰 때 더 편안해 보였다. 얼마 전까지 자신의 공을 받던 포수를 이날은 타석에서 마주하게 된 셈이다. 결국, 오하피는 첫타석에서 기쿠치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안타를 만들었다.
기쿠치는 1회 빠른공을 97.3마일까지 끌어올리며 출발했다.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왼팔의 구속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문제는 2회였다. 선두타자로 나선 5번 에제키엘 두란에게 87마일짜리 슬라이더를 던지다 솔로 홈런을 얻어맞으며 선취점을 내줬다. 슬라이더와 포심 두 가지만으로 승부하던 그는 이 이닝에만 석 점을 헌납했다. 실점 이후 스플리터와 커브를 섞기 시작하며 간신히 이닝을 마쳤다.
그러나, 문제는 계속 변화구였다. 5회까지 89구를 던져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며, 넉 달 만의 복귀 등판으로는 만족스럽다고 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에인절스는 8회초에야 반격했다. 네토가 페이턴 그레이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뽑아냈고, 이어 타일러 알렉산더가 마운드에 오른 뒤 안타 세 개가 몰리며 두 점을 더 보탰다. 그러나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8회에는 텍사스로 트레이드 된 체이스 실세스가 마운드에 올라 옛 동료들을 상대하기도 했다. 그리고, 9회말 제이컵 라츠가 에인절스 타선을 잠재우며 경기가 끝났다. 최종 스코어 3-5.
에인절스는 이번 원정 3연전을 1승 2패로 마치고 애너하임으로 돌아간다. 24일부터 클리블랜드와 홈 3연전을 치른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