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한 입 베어 무는 아이스크림만큼 달콤한 휴식이 있을까? 만약 당신이 하와이를 여행했거나, 미국 서부에서 독특한 아이스크림을 맛본 경험이 있다면 ‘래퍼츠(Lappert’s)’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태평양의 풍요로움과 유럽의 장인 정신이 만난 ‘슈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이번 칼럼에서는 그 달콤한 세계, 래퍼츠의 역사와 특별한 맛의 비밀을 찾아본다.

은퇴 후 시작된 달콤한 꿈
래퍼츠의 역사는 1983년, 오스트리아 태생의 월터 래퍼트(Walter Lappert)가 61세의 나이로 은퇴한 하와이 카우아이(Kauai) 섬에서 시작된다.
이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그는, 하와이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유럽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족의 전통 레시피와 하와이 현지의 신선한 열대 재료를 결합한 최고의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의 비전은 확고했다.
‘슈퍼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와이의 상징적인 코나 커피, 고소한 마카다미아 넛, 그리고 신선한 열대 과일들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
1983년 12월 21일, 카우아이 섬의 작은 마을 하나페페(Hanapepe)에 문을 연 ‘Lappert’s Aloha Ice Cream’이 그렇게 탄생했다.
이후 래퍼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1984년 월터의 아들 마이클 래퍼트(Michael Lappert)는 미국 본토에서도 이 맛을 전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별도의 회사를 설립했다.
그 결과, 현재 래퍼츠는 두 개의 독립된 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Lappert’s Hawaii (하와이): 월터 래퍼트가 처음 만든 오리지널 레시피와 현지 재료에 집중.
Lappert’s Ice Cream (미국 본토):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하와이안 풍미를 기반으로 멕시코·필리핀 등 다양한 열대 재료를 탐구하며 독자적인 메뉴를 개발.
뿌리는 같지만, 세부적인 메뉴와 레시피의 결은 달라 각자의 매력을 뚜렷이 드러낸다.
미국 본토 래퍼츠 매장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
1. 시그니처 & 베스트셀러
Kauai Pie (카우아이 파이)
하와이와 본토 모두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시그니처 메뉴.
진한 코나 커피 아이스크림 베이스에 마카다미아 넛, 코코넛 플레이크, 초콜릿 퍼지가 듬뿍 들어간, 래퍼츠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맛이다.
Ube Macapuno (우베 마카푸노)
미국 본토 래퍼츠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필리핀풍 메뉴.
선명한 보라색의 우베(자색 고구마) 아이스크림에 부드럽고 쫄깃한 마카푸노(어린 코코넛 젤리)가 섞여 있어, 고소하면서도 이국적인 매력을 자아낸다.
Waffle Cone Rum Raisin (럼 레이즌)
럼주에 절인 건포도를 고급 바닐라 베이스와 섞어 만든 클래식 메뉴.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속에 씹히는 쫄깃한 건포도와 향긋한 럼의 풍미가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2. 글로벌 트로피컬 플레이버
Manila Mango (마닐라 망고)
필리핀 마닐라 망고의 진한 단맛을 그대로 담아낸 정통 트로피컬 아이스크림.
Mexican Chocolate Cinnamon Swirl (멕시칸 초콜릿 시나몬 스월)
진한 초콜릿에 시나몬 향이 감도는, 달콤함과 향신의 절묘한 조합.
Costa Rican Plantain Cajeta (코스타리칸 플랜테인 카헤타)
달콤하게 구운 플랜테인(요리용 바나나)과 멕시코식 캐러멜 소스인 ‘카헤타’가 어우러진 부드럽고 따뜻한 풍미의 메뉴.
3. 클래식 & 지역 인기 메뉴
Hawaiian Sea Salt Caramel (하와이안 씨 솔트 캐러멜)
하와이안 핑크 솔트로 완성된 ‘단짠’의 미학. 캐러멜의 농밀함이 극대화된다.
Date Shakes (데이트 쉐이크)
팜스프링스나 팜 데저트 매장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대추야자(Date)로 만든 ‘데이트 쉐이크’가 명물로 꼽힌다.
Dole Whip (돌 휩)
디즈니랜드에서 유명해진 파인애플 소르베 ‘돌 휩’도 매장마다 만나볼 수 있다.
백가이드 추천
- 처음 방문이라면: Kauai Pie — 래퍼츠의 근본
- 이국적 풍미를 원한다면: Ube Macapuno 또는 Brazil
- 팜스프링스 근처라면: Date Shake — 놓치면 후회할 시그니처
한 스쿱의 아이스크림 속에 녹아 있는 알로하 스피릿. 래퍼츠는 단순한 디저트 브랜드를 넘어, 하와이의 자연과 장인의 철학이 만난 하나의 ‘작품’이다.
여행길에, 혹은 일상의 오후에 — 그 달콤한 한 입으로 잠시 하와이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여행전문가 백이랑>backado@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