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ur Des Deux Rives 시음회: 보르도 그랑크뤼가 증명한 빈티지의 중요성
로스앤젤레스, Mr Brainwash 박물관에서 개최된 ‘투르 데 되 리브(Tour Des Deux Rives)’ 보르도 시음회는 보르도 그랑크뤼(Grand Cru)급 와이너리들이 한자리에 모여 와인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이번 행사는 특히 보르도 와인에서 빈티지가 갖는 절대적인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기회였습니다.

명문 그랑크뤼의 향연 속, ‘7의 저주’를 논하다
이날 시음회에는 보르도의 좌안(Left Bank)과 우안(Right Bank)을 아우르는 명문 와이너리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샤토 무통 로칠드(Château Mouton Rothschild, 1등급)를 필두로 샤토 피숑 랄랑드(Château Pichon Lalande, 2등급), 샤토 뒤크뤼 보카이유(Château Ducru Beaucaillou, 슈퍼 2등급), 샤토 코스 데스투르넬(Château Cos d’Estournel, 슈퍼 2등급), 샤토 오 바이를(Château Haut Bailly, 그라브 그랑크뤼) 등 좌안의 거성들과, 우안의 페트뤼스(Pétrus) 가문 소유인 샤토 오산나(Château Hosanna)와 샤토 세르탕 드 메이(Château Certan De May)가 자리를 빛냈습니다.
보르도 와인업계에는 87년, 97년, 07년, 17년처럼 끝자리가 7인 해의 빈티지가 대체로 좋지 않았다는 의미로 ‘7의 저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이는 여름철 서늘한 날씨로 포도가 제대로 익지 못했거나 헤일 우박 등의 자연재해를 받았거나 수확 직전 내린 많은 비가 포도 품질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처럼 덜 주목받는 빈티지의 와인들이 오히려 어린 시기에 접근성이 뛰어나, 숙성 잠재력이 뛰어난 훌륭한 빈티지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도 있다고 조언합니다.
극명하게 대비된 2017 빈티지와 신흥 강자
이번 시음회에서는 빈티지별 품질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필자가 과거 경험했던 2016 샤토 오산나가 거의 완벽에 가까운 균형미를 보여준 것과 달리, 이날 테이스팅한 2017 샤토 오산나와 2017 세르탕 드 메이는 향과 맛의 집중도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퍼포먼스를 보였습니다.
반면, 비교 시음한 2019 세르탕 드 메이와 2022 오산나는 훨씬 어린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제비꽃 향과 응축된 과실 향을 발산했습니다.
특히 2022 오산나는 밀도 높은 텍스처와 실키한 감촉으로, 좋은 빈티지의 강력한 잠재력을 입증해 보였습니다.

시음 적정기와 무한한 잠재력
2등급 와인들 중에서는 2018 피숑 롱그빌 랄랑드와 2018 뒤크뤼 보카이유가 이제 막 복합미를 드러내며 시음 적정기에 진입했음을 알렸습니다. 반면 2019 코스 데스투르넬은 마치 입안에서 타닌 폭탄이 터지는 듯한 강력한 수렴성(떫떠름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는 접근하기 쉽지 않지만, 앞으로 20년 이상 장기 숙성이 거뜬하겠다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날 테이스팅한 2등급 와인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구조감을 지녀, 지금 당장 마시기엔 가장 힘든 와인이었습니다.
이날 테이스팅의 하이라이트였던 2011년 및 2019년 무통 로칠드는 부스에서 갓 오픈된 탓에 아직 제 기량을 완전히 발휘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무통에서는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낙엽, 버섯, 담배, 젖은 흙 등 숙성된 와인 특유의 3차 향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2022 쁘띠 무똥 (무똥의 세컨와인)이 오히려 나파 뉘앙스의 잔당감으로 접근성이 더 쉬웠습니다.
‘투르 데 되 리브’ 보르도 시음회는 매년 11월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되니,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의 진수를 경험하고 싶은 애호가라면 다음 기회에 꼭 참여해 보시길 권합니다.
<제임스 김 와인 리뷰 전문가>
*** 스시뉴스에 와인 칼럼 연재를 시작한 제임스 김씨는 와인과 미식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널리 알려진 와인 리뷰 전문가다. 그는 “좋은 와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날아갑니다”라는 신념으로 전 세계 와이너리를 탐방하며 진정성 있는 리뷰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