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억달러(약 55조7480억원)에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트위터 이사회와 합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의 유령 사용자 통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면서 거래가 성사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CNN은 19일(현지시간)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든, 인수를 포기하든 트위터로선 장기적 소송전이 불가피하다면서 이는 트위터로서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진전시킬 수 없다”고 밝혔지만 트위터는 인수가 진행될 것을 낙관하고 있다. 트위터측은 17일 성명에서 “거래를 종결해 합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는 인수가격을 깍기 위한 술수거나 거래를 철회하려하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어느 경우든 한가지는 확실하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큰 어려움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트위터는 이로 인한 타격을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트위터 직원들과 사용자, 주주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우선 한가지 시나리오는 머스크가 요구하는 대로 직원들을 일부 감원하고 경영진을 교체한 뒤 콘텐트 완화 방식을 폐지해 광고주와 이용자 및 남은 직원들의 사기를 악화시키는 길이 있다.
다른 시나리오는 트위터가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에 맞서 거래 합의 취소를 보상하도록 하는 장시간의 소송에 매달리는 것이다. 트위터는 다른 인수자를 모색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트위터가 직원들의 이탈을 막고 회생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지난 13일 웨드부시의 분석가 댄 아비브스는 머스크가 거래를 “잠정 유예한다”고 밝혔을 때 “트위터 서커스쇼”가 “13일의 금요일 밤 쇼”가 됐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거래가 끝까지 성사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지난달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의사를 밝힌 직후 머스크는 테드(TED) 콘퍼런스 현장 인터뷰에서 “인수할 수 있을 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었다.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인수 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머스크가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려 하는 와중에 테슬라 주가가 최근 하락하면서 의문이 더 커졌다.
머스크는 트위터 주식을 주당 54.20달러(약 6만8700원)의 가격으로 인수하기로 했지만 인수 제의 이후 트위터 주가는 인수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거래돼 거래가 원래 합의대로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다. 트위터 주가는 지난 달 머스크가 인수 의사를 밝힌 뒤 오른 액수 이상으로 떨어졌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지난 분기 유령 사용자수를 크게 저평가했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진 않고 있다. 일부 법률전문가는 머스크가 자신이 거래를 철회할 수 있는 조건인 “확실한 부정적 사건”을 충족하기 위해 유령사용자 정보가 부정확하다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가 그런 주장을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트위터가 유령 사용자가 실 사용자의 5% 미만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나아가 트위터는 머스크가 트위터에 대한 기업실사를 면제한 사실도 공개했다. 더우기 유령 사용자 문제가 거래를 무산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밝힌 동기와는 상충하는 것이다.
머스크가 결국 거래를 포기하는 경우 10억달러(약 1조2670억)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트위터측은 이에 더해 머스크를 상대로 합병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보스턴대 법학과 브라이언 퀸 교수는 트위터가 거래 합의 이행을 강제하는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위터가 이 길을 선택하기에는 사업적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인수가격 인하에 합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웨드부시의 아이브스는 “소송에 12개월에서 18개월이 걸린다. 이는 트위터로선 큰 부담이다. 트위터는 기본적으로 큰 낭패를 당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명분으로 언론자유를 내세우며 콘텐트 제한을 풀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하고 다른 영구 정지 조치도 해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로 보수주의자의 트위터 이용이 늘어나겠지만 허위정보와 희롱이 난무하게 돼 광고주와 일반 이용자들을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
노트르댐 대학교 기술윤리 담당 커스텐 마틴 교수는 “쓰레기 콘텐트로 가득한 플랫폼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머스크 주장과 달리 트위터의 콘텐트 제한을 풀면 사업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큰 것이다.
머스크가 거래를 유보시킨 상황에서 트위터는 머스크가 비판하는데 따라 사업을 다시 점검해 유령 사용자를 확인하고 콘텐트 제한을 푸는 결정을 해야 한다.
트위터는 출범 이래 이용자를 늘리고 주가를 부양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머스크의 인수 제의 이전 트위터 주가는 8년전 상장 첫날 주가를 밑돌았다.
거래가 무산되는 경우 성장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압박도 더 커질 것이지만 기술주들이 폭락하는 와중이다. 머스크가 제의한 가격보다 크게 후려친 가격에 인수하겠다는 투자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트위터는 다른 인수 의향자를 찾아보는 것을 고려했으나 머스크가 이미 공개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혔고 “규제나 자금 등 여러 면에서 트위터를 인수할 만한 제3자가 없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는 머스크의 인수 제의로 촉발된 혼란을 한층 가중시키는 일이다.
CFRA연구소 선임연구원 앤젤로 지노는 “내가 트위터 직원이라면 이곳저곳 이력서를 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트위터를 떠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번주 고위 직원 3명이 사직했다고 트위터측이 밝혔으며 지난주에는 신규고용을 일부 줄이고 소비자 총괄 케이본 베이크푸르와 매출책임자 브루스 팰크 등 장기 고용된 경영진 2명을 중도 해임했다고 밝혔다.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지난 주 “인수 합병되는 마당에 ‘레임 덕’이 된 CEO가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이유”를 기술 산업계의 어려운 상황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보지만 어떤 상황에도 대비해야 하며 트위터를 위해 옳은 결정을 해야 한다. 회사 소유권이 누구에게 가든 트위터 고객과 협력자, 주주, 우리 모두를 위해 트위터의 사업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 업계는 현재 거시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나를 포함한 트위터 경영진은 트위터가 인수된다고 해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미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