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사건은 USC 마셜 경영대학원(USC Marshall School of Business) 박충환 전 교수와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한인 여성 아이리스 김(Iris Kim·당시 대학원생) 간의 소송과 관련돼 있다.
김씨는 지난 2019년 박 교수가 자신을 수차례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며 학교를 상대로 성차별 및 차별적 대응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2023년 비공개 조건의 합의로 종결됐지만, USC는 이후 사건 관련 기록을 완전히 폐기해 달라는 요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USC 측은 “기밀문서가 외부로 유출됐다”며, 원고 측 변호사 샤릴 가르사와 김씨가 보호명령(protective order)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USC의 요청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USC는 예비 판결이 나온 직후인 지난 10월 7일 저녁 폐기요청을 돌연 철회했다.
이번 논란은 USC 애넌버그 대학원생 마드리 예히야)의 탐사보도에서 촉발됐다.

보도가 나가자 USC는 즉시 “기밀문서가 언론에 유출됐다”고 주장하며 폐기 요청을 냈던 것.
하지만 가르사 변호사는 “예히야가 이용한 모든 문서는 공공 법원 기록에서 합법적으로 확인된 자료”라며 “USC가 거짓 주장을 근거로 언론과 피해자를 위협하려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가르사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USC의 요청은 사실무근이며, 부적절한 의도로 제기된 것”이라며 “내 의뢰인은 성희롱 피해자임에도 USC는 반복적으로 허위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USC는 철회 이유에 대해 “보호명령은 여전히 유효하며, 법원은 그 위반 여부에 대해 계속 관할권을 가진다”고만 설명했다.
USC 박충환 교수의 한인 여학생 아이리스 김씨 성추행 사건은 지난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K-News LA가 한인 매체로는 처음으로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이 사건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당시 70대였던 박충환 전 교수가 이미 다른 한인 여학생들에게도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으로 이미 여러 건의 민사소송에 피소된 상태였다는 점이다.
피해자 아이리스 김은 지난 2021년 4월 20일, USC와 박 교수를 상대로 성폭행·성희롱·폭행·차별 등 13개 항목에 걸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김은 19살이던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박 교수의 조교로 일하며 지속적인 성추행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은 박 교수가 자신을 “한국인이라서 더 편하게 대한다”며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발언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 할아버지처럼 굴며 같은 한인이라는 이유로 괴롭힘과 차별을 정당화했다”고 진술했다.
소장에는 박 교수가 2011년부터 2018년 사이에 또 다른 세 명의 한인 여성 제자들에게도 성희롱과 성추행을 가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피해 여성들은 박 교수의 조교로 일하며 가슴과 둔부를 만지거나 “이쁘다”, “몸이 좋다”는 말을 듣는 등 다양한 방식의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70대였던 박 전 교수는 올해 80세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USC 내 성폭행 은폐 의혹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특히 한인 교수와 한인 학생 간 사건이라는 점에서 한인 사회의 충격이 크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