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주 법무부가 지난 80년 동안 로마가톨릭 교회의 성직자 성범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동안 볼티모어 교구의 가톨릭 사제 158명이 성추행과 물리적 성폭력으로 기소되었고, 600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17일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을 통해 밝혔다.
브라이언 프로시 주 법무장관은 2019년부터 진행해온 이 수사기록 463쪽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볼티모어 연방순회법원에 이런 정보를 담은 수사보고서를 공개하달라고 의뢰했다.
이 보고서에는 대법원의 소환장 등 중요 정보가 망라되어 있어서 공개에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법원이 언제 이를 결정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수 십년에 걸쳐서 성범죄 피해자들은 가톨릭 사제들의 범행을 고발하고 폭로해왔지만, 가톨릭 교회는 가해자를 색출하고 처벌하는 대신에 이를 은폐하는데 급급했다. 볼티모어 교구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법무부 보고서는 밝혔다.
“메릴랜드주의 성직자 성폭행”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에는 성추행이나 성폭행으로 기소되거나 공개적으로 교구청에 의해 징계를 받은 사제들 115명의 기록이 담겨있다. 또 법적으로 성폭행 사실이 확인되었는데도 교구청이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43명의 사제도 추가로 기록되었다.
이에 대해 볼티모어 교구의 윌리엄 로리 대주교는 17일 저녁(현지시간) 공개서한을 통해서 사과했다.
로리 대주교는 “교회의 사제로부터 해를 입은 모든 피해자들에게 사과한다. 그들을 보호하거나 동정과 관심으로 보살피지 못한 교회, 가해자들의 죄악과 범죄행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교회의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메릴랜드주의 “사제로부터 추행당한 생존자들의 네트워크” 데이비드 로렌스 대표는 이번에 발표된 가해 성직자와 희생자들의 숫자를 보고 ” 정말 끔찍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교회가 성추행 사제의 수를 얼마나 속여왔는지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어떤 교구는 성추행 사제가 10명이나 될 정도로 성범죄의 온상이 되어왔다. 이런 곳에선 아무도 안전할 수 없다. 이번 발표는 미국 전역 세속사회의 성범죄 보고서보다 교회가 하나도 나을게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그는 말했다.
검찰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소년과 소녀가 모두 있었고, 연령은 취학전 유아에서부터 성년이 된 젊은 세대에 걸쳐있었다.
어떤 교구에서는 사제들의 성추행이 40년 이상 11건이 발생한 곳도 있었다고 주 법무부는 밝혔다. 성폭력이 하도 만연해서 어떤 피해자들은 성적 피해 사실을 그 자신들도 성추행범이 사제들에게 신고하거나 호소하는 일도 반복되었다고 한다.
프로시 법무장관은 ” 성직자들의 성범죄를 공개하고 처벌하는 것은 교회내에서 신자들을 보호하고 범법자들을 적발, 처벌하는 것 뿐 아니라 앞으로 모든 종교기관내에서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특히 발견된 범죄 사실 가운데 아직도 생존해 있는 13명의 성직자들이 성범죄로 고발 당한 뒤에도 교회 당국으로부터 처벌이나 징계를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프로시 법무장관은 2019 아동 성폭행 혐의를 받는 사제들에 대한 수사를 볼티모어 교구에서 진행했으며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수 십만 건의 기록 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는 수사의 일환으로 제보자를 위한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따로 만들어 배포했고, 300명 이상이 여기에 응답했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 수사관들은 수 백명의 피해자들과 증인들을 면담하고 기록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