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이 치러진 2개주에서 연거푸 패배한 니키 헤일리 후보의 선거 자금 모금이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일리 후보가 지난주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패배했으나 트럼프의 유일한 적수로 떠오르면서 온라인 선거 자금 기부가 400만 달러를 넘을 정도로 급증했다. 또 헤일리 후보를 지지하는 큰 손 기부자들이 여전히 헤일리 후보가 경선을 지속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 공화당 큰 손 기부자인 억만장자 켄 그리핀은 30일 헤일리 후보를 지지해왔다고 밝혔으며 그가 이번 달 500만 달러를 헤일리 후보에게 기부했다고 그리핀의 측근이 확인했다.
큰손 기부자들 헤일리 지지 계속 입장 표명
헤지펀드 시타델 설립자인 그리핀은 “헤일리 후보는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해왔으며 그의 외교적 업적과 정책 노선이 미국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핀은 또 자신이 올해 의회 선거에 더 깊이 개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가 누가 되더라도 경제 자유와 미국의 강력한 대내외 안보를 우선하는 하원 및 상원 후보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핀은 이날 CNBC에 출연 헤일리 후보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면 “(11월) 선거를 압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헤일리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8주 전보다 줄었다”고 인정했다.
그리핀은 헤일리 후보가 경선에서 하차할 경우 트럼프를 지지할 지를 밝히지 않았으나 트럼프를 칭찬하기도 했다.
그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의 행동을 못마땅해 한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트럼프가 보다 큰 국제 안보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핀은 일부 주의 트럼프 대선 출마 금지 움직임과 트럼프에 대한 형사 기소를 비판했다. 그는 “반대 진영 인사에 의한 교묘한 법적 조작이 아니라 내 투표에 따라 대통령이 선출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헤일리 후보는 30일 1인당 3300달러에서 1만6600달러 사이로 규제되는 뉴욕시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스탠리 드럭큰밀러, 헨리 크라비스, 켄 냉곤, 클리프 애스니스 등 월가의 억만장자들이 후원한다. 이 행사에서 헤일리 후보측은 15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헤일리 후보는 앞으로 2주 동안 플로리다 남부,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지에서 10개 이상의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31일의 플로리다 행사는 트럼프가 거주하는 마라라고 리조트가 있는 팜비치에서 열린다.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행사는 부동산 투자자 겸 호텔사업가인 스타우드 캐피털 그룹의 배리 스턴리히트가 함께 모임을 주최한다.
헤일리를 지지하는 사람을 자신의 정치 행보에서 “영구 배제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일부 공화당원 및 중도 기부자들을 화나게 만들어 헤일리 후보에 후원금을 늘리고 있다.
2016년부터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했다는 매서추세츠의 전 투자 매니저 제임스 호프먼(62)은 “트럼프가 오래 전부터 우리들을 공화당에서 쫓아내려 해왔기 때문에 헤일리 후보 기부자를 공격한다고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선거 구호)에서 쫓겨나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야 말로 RINO(가짜 공화당원)다”
AQR 캐피털 매니지먼트 공동 설립자로 시민자유를 지지하는 애스니스도 헤일리를 위한 선거 자금 모금을 옹호했다. 그는 온라인 글에서 “일찌감치 니키에게 상당액을 후원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리노(RINO; 트럼프가 정적을 가짜 공화당원이라고 공격할 때 사용하는 말)에서 ‘배제’된다고 해도 더 많이 기부할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이름뿐인 공화당원들”이라고 썼다.
헤일리 후보는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패배했으나 최소한 오는 3월5일 열리는 수퍼 화요일 경선 때까지 선거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혀왔다. 수퍼 화요일에는 10여개주의 경선이 동시에 치러진다. 헤일리는 자신만이 트럼프대 바이든 대통령 맞대결을 막을 수 있는 후보임을 내세워 왔다.
그러나 헤일리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에 30% 포인트 이상 뒤지는 등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헤일리 지지자들은 2월 27일 열리는 미시간주 경선에서 헤일리 후보가 승리할 것을 기대한다. 여론조사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전국적으로 트럼프가 헤일리에 50% 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일리 후보 선거 캠프는 30일 헤일리의 이름과 “영구 배제”라는 문구가 쓰인 T셔츠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15000장 이상이 팔려 50만 달러 이상이 모금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헤일리 후보를 지지해온 찰스 코크 미국번영을 위한 행동(AFPA) 후원자는 지난 27일 캘리포니아주 후원자 모임에서 헤일리후보에 대한 광고, 이메일 발송, 전화, 유권자 방문 등 선거운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뉴햄프셔주 경선 이후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 헤일리 후보를 지지하는 광고를 100만 달러 이상 집행했다.
트럼프측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선거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헤일리 후보측은 추가로 140만 달러 상당의 광고를 내보낼 예정이다.
헤일리 후보 선거 캠프는 지난해 4분기 선거모금액이 24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헤일리 후보 선거자금 수퍼 팩인 SFA 펀드는 지난해 하반기 5010만 달러를 모금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수퍼 팩 MAGA의 모금액보다 400만 달러 많은 액수다.
헤일리 후보측은 뉴햄프셔 경선 이후 헤일리에 대한 후원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