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이 수개월간 협의 끝에 국경 및 이민 강화 정책을 포함한 안보 패키지 예산에 합의했으나, 공화당 상원 지도부는 당내 반대가 잇따르자 이틀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실패를 쟁점화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상원 민주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6일 CNN과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실질적으로 법률로 만들 기회가 없다”며 사실상 안보 패키지 예산 합의 폐기를 선언했다.
상원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난 4일 총 1180억달러에 달하는 안보 패키지 예산에 합의했다. 4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공화당이 요구하는 국경안보와 정부가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괄하는 합의안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전날 “법안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나쁘다. 만약 법이 하원에 도착하면 도착 즉시 사망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등 공화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에 합의에 이르렀던 상원 공화당이 이틀 만에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번 합의안이 법률로 제정될 수 있을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다”면서 “합의안이 법률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하원의장으로부터 분명히 들었다”고 설명했다.
합의안이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면 제정이 불가능하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반대기조를 명확히하자, 상원 공화당 역시 실익이 없다고보고 합의안을 폐기한 모습이다.
공화당의 이러한 판단에는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재대결이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은 최근 합의안 폐기를 위해 분주히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정책 실패를 쟁점화하는 것에 이번 합의안이 도움이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가 법안 폐기의 원인이냐는 질문에 답을 피했다고 CNN은 전했다.
상원 민주당은 당초 오는 7일 해당 합의안을 표결에 부치려 했으나, 공화당이 입장을 바꾸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상원 공화당은 지난 4일 민주당과 국경 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하는 안보 패키지 예산에 합의했으나 이틀 만에 사실상 파기했다. 2024.02.07.
[워싱턴=AP/뉴시스]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상원 공화당은 지난 4일 민주당과 국경 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하는 안보 패키지 예산에 합의했으나 이틀 만에 사실상 파기했다. 2024.02.07.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매코널 의원 발언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매코널 원내대표와 공화당은 180도 반전했다”면서 “그들은 트럼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무릎을 꿇고 떨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공화당 동료의원들에 대한 분노와 좌절, 깊은 실망감이 가득하다”고 토로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예정에 없던 연설을 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경정책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는 합의안이 정치적으로 자신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가를 돕는 일이라도 그는 그렇게 한다”며 “지난 24시간 동안 상원과 하원 공화당 의원들에게 연락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도록 협박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