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이번 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대통령 선거운동의 연단에 인종차별적 적개심을 올려놓은 첫 발부터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믿고 끈질기게 이를 밀어 붙이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주부터 해리스 부통령이 원래 자메이카와 인도의 부모를 가지고 태어났는데도 최근에야 정치적인 이득을 목적으로 “흑인으로 변신”했다는 가짜 주장과 조롱을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해 민주당의 격분을 샀다.
그런데 공화당원의 일부는 – 심지어 트럼프 선거본부 내부 사람들 조차도- 트럼프의 그런 공격 발언과는 스스로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인종 차별적 발언과 공격 방식은 그가 10년 전 정치에 입문했을 때의 발언 기록과 마찬가지로 인종 차별적 공격과 흑백 분열을 목적으로 한 것이며 트럼프는 그 효과를 과신하고 있다.
특히 선거일을 불과 3개월 앞 둔 시점에 그는 인종에 대한 분열적인 공격이 공화당의 핵심적인 논쟁이라고 믿고 있으며 당원이나 자기 지지자들이 그것을 원하든 말든 개의치 않고 있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트럼프의 고문 중 한 명으로 선거본부 내부 문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선거본부가 해리스를 공격하고 있는 촛점은 “너무 진보적이어서 위험하다”에 있지 “정체성이나 인종을 따지는” 정책은 아니라는 요지로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리스의 남부 국경 (이민)에 관한 발언이나 범죄, 경제정책, 외교 정책의 발언 기록을 예로 들며 그 쪽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처럼 자기 선거 팀과도 발언과 메시지의 내용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는 다는 징표가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같은 날 해리스의 인종적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배가하며 연설과 온라인 메시지를 통해 해리스의 인도계 혈통을 또 비난하고 나섰다.
소셜 미디어에 올린 그의 글에는 해리스가 전통 인도 의상을 입은 가족 사진을 함께 올렸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지금은 흑인인척 하지만 전에는 인도혈통을 자랑하는 발언을 하며 인도쪽을 강조했다는 근거 없는 가짜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지지자 가운데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 (공화당. 와이오밍주)을 비롯한 공화당의 많은 의원들은 후보자의 인종이나 신분 등 정체성에 관한 비난 발언은 이번 선거에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짓”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루미스 의원은 ” 사람들의 피부색은 선거전에서 조금치도 상관이 없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인 해리스에게 오래 전부터 즐겨 쓰던 인종 공격을 시작한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주전 대선후보에서 사퇴하고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밝힌 때 부터였다.
트럼프는 81세의 늙은 백인 대통령의 쇠퇴한 기력을 공격의 타깃으로 했다가 갑자기 59세의 훨씬 많은 후원금 기부자들이 몰린 혼혈 부통령을 상대로 하게 되자 공격의 주제와 방식을 바꾼 것이다.
트럼프는 흑인 표를 구하기 위해 31일 전국 흑인 기자협회를 찾았을 때 케이블방송 뉴스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해리스가 전에는 인도 혈통을 자랑하다가 요즘은 흑인이라며 유권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 나는 오래 전에는 그가 흑인인 걸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지금은 흑인으로 알려지고 싶어 한다. 그러니 해리스는 인도인인지 흑인인지 나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몇 시간 뒤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트럼프 선거팀은 해리스가 상원의원 당선했을 때의 해묵은 신문기사 제목’ 최초의 인도계 미국인 상원의원”을 연단 뒤편의 대형 스크린에 띄워놓고 흑인이 아님을 강조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D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은 수행 기자들에게 해리스는 편리할 때마다 인종과 정체성을 바꾸는 ‘카멜레온’같은 인간이라고 폄하했다.
해리스는 미국 최고의 유서깊은 흑인 대학으로 알려진 하워드 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했고 지금도 그 동창회 소속이다. 그리고 자신의 출신을 얘기할 때에는 흑인이자 인도계 미국인이라고 일관되게 밝혀왔다.
하지만 일부 공화당원들은 트럼프의 인종에 대한 발언은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더 큰 공격 수단일 뿐 개인적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의 흑인 유권자 대상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흑인보수파 연맹의 디안테 존슨 회장은 ” 우리는 흑인 사회를 위한 새로운 정책,. 흑인 사회의 경제 교육 인플레, 경비 절감 같은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의 발언도 그런 의미이다”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베테랑 여론조사 전문가 프랭크 룬츠는 트럼프의 문제의 인터뷰 즉시 경합지역의 찬반이 불분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해리스는 여성이란 이유로 비판에 취약한 것으로는 나왔지만 인종을 근거로 하는 공격은 오히려 이번 가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룬츠는 트럼프가 예전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인종과 국적을 문제 삼았을 때와 지금은 모든 게 너무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자기 인종을 숨긴 사실을 비판한다는 전략이지만 아무도 그런 비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건 전혀 관계가 없다. 만약 인종 문제를 끌고 나가면, 그건 오히려 자해 행위가 될 것이다”라고 그는 지적했다.
트럼프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멸시당하거나 차별당하는 것을 못참는 흑인 국민을 자기 편으로 하기 위해 자주 정적들을 그 문제로 공격해 온 오랜 전력이 있다.
대선 도전 초기에도 멕시코 이민들을 “강간범들”과 마약 밀매범들로 몰아붙였고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와 인종에 대해 스토킹에 가까운 공격을 계속하기도 했다.
백악관에 입성한 후에도 버지니아주의 백인 우월주의자 행진을 지지하고 아이티와 아프리카 같은 ‘시궁창 나라들’의 이민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인종차별 발언이 극에 달했다.
2020년에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해리스가 헌법상으로는 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편 적도 있다.
보수파 반트럼프 지도자인 빌 크리스콜은 1일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해리스에 대한 트럼프의 그런 공격은 효과가 없는 마구잡이 타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뻔뻔함과 거짓말장이 본성,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재능과 끈질긴 인종 문제 제기에 대해 진보 진영에서 트럼프의 바보짓 정도로 경시하고 지나갈 문제로 여기고 있다는 점은 염려스럽다”고 밝혔다.
해리스는 이에 대해 31일 흑인대학에서의 연설 중에 “트럼프의 (인종) 공격은 전과 똑같은 낡은 쇼에 불과하다. 인종 분열과 모욕의 전략이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일부 경합주와 트럼프 지지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트럼프의 해리스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이 최소한 백인들에게는 먹혀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65세의 은퇴한 흑인 짐 아벨은 애리조나주에서 밴스의 유세 연설을 들은 뒤 트럼프가 해리스의 인종과 정체성을 거론하는데 찬성한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아벨은 ” 해리스는 흑인이 아니다. 그의 부모도 그렇고 가족들과 찍은 사진에서도 흑인은 아니었다. 흑인 표를 노리고 그런척 하는 것이다”라며 트럼프의 주장을 복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