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책사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악마’로 부르며 차기 행정부에서 영향력을 제한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1기 실세였던 최측근 배넌과 ‘1호 친구’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흥 실세’ 머스크의 갈등이 행정부 출범 전부터 격화하는 모양새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배넌은 이날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인터뷰에서 머스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배넌은 “취임식 날까지 머스크를 여기(백악관)서 쫓아내겠다”며 “그는 정말 사악한 사람이고 아주 나쁜 사람이다. 이 사람을 끌어내리는 걸 내 개인적 일로 삼았다”고 발언했다.
머스크가 공직에서 물러나도록 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대선 과정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했던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불리며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머스크는 차기 행정부에서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갈등 중심에는 전문직 비자인 H-1B가 있다. 배넌을 비롯한 트럼프 당선인의 전통 지지층은 H-1B에 반대하는 반면, 머스크는 기술 및 혁신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H-1B 비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적극 지지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머스크 역시 한때 H-1B 비자 소지자였다.
배넌은 “H-1B 비자 문제는 전체 이민 시스템이 기술 강자들에 의해 게임화돼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이를 유리하게 이용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머스크가 남아공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왜 지구상에서 가장 인종차별적인 남아공 백인들을 이곳에 있게 해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해 언급하게 하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머스크를 “어린 소년(little boy)”으로 부르며, 자신의 부를 증식하는 데에만 관심 있다고도 비판했다.
배넌은 극우 언론인 출신으로, 트럼프 1기 임기 초반 백악관 수석 전략가 및 선임 고문을 지냈다. 극우 성향과 내부 권력 갈등으로 2017년 8월 퇴출당했지만 이후 트럼프 당선인과 관계를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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