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당국이 유학생 취업 프로그램인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에 대한 전국적인 대대적 단속에 착수하면서 수만 명의 유학생과 미국 대학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OPT 프로그램이 “사기의 온상(magnet for fraud)”으로 변질됐다며 전국 조사에서 1만 건이 넘는 부정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추가 조치가 곧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해 OPT 제도 자체가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ICE 토드 라이언스(Todd M. Lyons) 국장 대행은 “당초 OPT는 졸업 후 잠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본국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을 위한 제도였지만, 지금은 수십만 명이 미국에서 장기간 취업하는 사실상의 외국인 노동 통로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국토안보수사국(HSI)의 존 콘(John Con) 국장 대행도 전국 단위 수사 결과를 공개하며 “수백 명의 OPT 학생이 근무한다고 신고된 주소를 찾아갔지만 건물은 비어 있었고 문은 잠겨 있었다”며 “일반 주택이 수백 명의 근무지로 등록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ICE는 이번 조사에서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 ▲허위 고용기록 ▲존재하지 않는 근무지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페이퍼 취업’ 등이 광범위하게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라이언스 국장 대행은 “우리가 발견한 것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국내외를 연결하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죄”라며 “OPT 프로그램 남용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OPT는 미국 대학을 졸업한 F-1 유학생들이 전공과 관련된 분야에서 최대 1년간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는 추가로 2년 연장할 수 있어 최대 3년간 미국에서 취업이 가능하다.
2024~2025년 기준 약 30만 명의 외국인 졸업생이 OPT 또는 STEM OPT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된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단순한 단속을 넘어 OPT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조셉 에드로우 USCIS 국장은 “학생 신분이 끝난 이후 취업허가를 없애는 방향의 제도 개편을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도 OPT 축소를 주요 정책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달 사이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학생 제도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일부 국가 출신 학생들의 OPT 심사를 중단했으며, 현재의 ‘체류기간(D/S)’ 제도를 폐지하고 학생들의 미국 체류 연장을 이민국이 직접 승인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여기에 H-1B 취업비자 추첨 방식까지 변경되면서 OPT 이후 취업으로 이어지는 길도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교육계와 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ICE 자료에 따르면 애플, 구글 등 미국의 주요 기술기업과 대형 기업들이 OPT 졸업생들을 적극 채용하고 있으며, 미국 혁신기업 상당수가 해외 유학생 출신 창업자들에 의해 설립됐다.
미국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는 포춘 500대 기업의 약 46%가 이민자 또는 이민자의 자녀가 창업한 기업이라고 분석했으며, 미국국가정책재단(NFAP)은 미국의 10억 달러 이상 가치 스타트업의 약 25%가 미국 대학 출신 유학생들에 의해 설립됐다고 보고했다.
국제교육계는 아직 OPT 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ICE 발표가 향후 강도 높은 규제와 제도 개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