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어린이들의 예방접종(백신) 권고 대상을 18개 질병에서 11개로 줄이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백신이 일부 어린이에게 실이 더 클 수 있으며 너무 많은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미, 유럽 덴마크의 접종 일정과 유사
이번 행정명령은 보건부가 1월 도입한 축소된 백신 접종 일정을 반영하고 있다.
이 명령은 모든 어린이가 홍역, 볼거리, 풍진, 소아마비, 수두를 포함한 11가지 질병에 대해서만 예방 접종을 받도록 권고하며 이는 덴마크의 접종 일정과 일치한다.
보건부의 접종 일정은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A형 간염, B형 간염 백신 접종을 포함한 다른 백신들은 특정 고위험군에 한해서만 권장한다.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들의 경우 의사와 부모간 공동 의사 결정 상담을 거친 후 접종을 권장한다. 이러한 백신에는 코로나19, 독감, 로타바이러스, 수막구균성 질환, A형 간염, B형 간염 백신이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이 “마침내 미국을 전 세계 다른 선진국들과 발맞추게 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권장 백신 접종 횟수가 많은 편이지만, 캐나다, 영국, 호주,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소아과학회장 “백신에 대한 의심과 혼란 더욱 가중시킬 것”
트럼프 대통령은 소아마비 백신에 대해서는 ‘놀라운 백신’이라고 칭찬했으나 다른 백신들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어린이들이 모든 백신을 하루에 접종받기보다 다섯 번에 나눠 접종받아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90일보다 더 빨리 해당 명령을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소아과학회 회장인 앤드류 라신 박사는 “부모들 사이에서 백신에 대한 의심과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의이자 존스 홉킨스 건강안보센터 선임 연구원인 아메시 아달자 박사는 증거에 기반한 백신 권고를 무시하면 더 많은 어린이들이 병에 걸리게 되므로 행정명령 자체에 본질적인 피해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을 현재처럼 혼합 접종하는 대신 개별적으로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MMR 백신이 치명적이라는 증거는 없으며 수십 년에 걸쳐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린이들에게 접종되는 백신의 양을 ‘탄산음료 한 병 크기’ 또는 ‘수많은 백신 통’에 비유하면서 미국이 많은 양의 백신을 접종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백신은 티스푼의 1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케네디 장관은 미국 어린이들이 평균 72회, 많게는 94회까지 예방접종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5세가 될 때까지 최대 35회의 예방접종을 받는 것과 다르다.
백신과 자폐증 유발 논란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는 수십 건의 연구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에 대한 우려가 부분적으로 이러한 조치를 취하게 된 동기라고 밝혔다고 NYT는 지적했다.
케네디 장관은 백신 접종이 자폐증 발병률의 급격한 증가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폐증 진단 건수는 1980년대 1000명 중 1명꼴에서 현재 31명 중 1명꼴로 증가했다.
그러나 자폐증 전문가들은 자폐증 진단 건수 증가의 상당 부분은 대중의 인식 제고와 경증 사례까지 진단 범위가 확대된 데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빌 캐시디 상원의원(공화·루이지애나)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행정명령은 잘못됐다. 대통령은 이러한 변화를 추진할 전문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며 “부모는 부정확한 행정 명령에 따르기보다 소아과 의사의 백신 접종 권고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NYT “백신 접종 의무화는 주정부 관할, 행정명령 법적 효력 의문”
NYT는 해당 명령이 법적 효력이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 권고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자문을 제공하는 전문가 위원회에서 작성하고 CDC 국장이 채택한다.
하지만 아동의 학교 또는 어린이집 입학을 위한 백신 접종 의무화는 주정부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에 시도했던 단축된 백신 접종 일정은 연방법원에 의해 이미 한 차례 중단된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교 법과대학의 백신 정책 및 법률 전문가인 도릿 라이스는 대통령이 의회로부터 백신 권고안을 제시할 권한을 부여받은 예방접종 자문위원회를 법적으로 우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네소타대 감염병 연구 및 정책 센터 소장인 마이클 오스터홀름 박사는 “권고 사항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며 “전적으로 이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아동 예방접종 일정을 뒤집으려 시도한 이후 미국 소아과학회는 자체 예방접종 일정을 발표하고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기존에 권장되었던 예방접종을 받도록 촉구했다.
K-News LA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