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전역의 7000곳이 넘는 표적을 타격하고 최고지도자와 군 수뇌부까지 제거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했던 이란 체제의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다.
전쟁이 시작된 지 6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군과 행정조직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지도부와 핵심 군사시설을 파괴하면 이란이 굴복하거나 체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미국의 계산이 빗나간 셈이다.
미 국방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28일 대규모 공습을 시작한 이후 3월19일까지 이란에서 7000개가 넘는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공습은 단순한 군사시설 파괴에 그치지 않았다. 이란 권력의 정점인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사망했고 군 수뇌부도 대거 제거됐다. 주요 군사시설과 지휘통제 시설 역시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이 기대했던 연쇄적인 체제 붕괴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에도 권력 승계가 이뤄졌고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정규군, 정보기관, 행정부와 사법부, 의회 등 주요 국가기구는 계속 움직였다. 최고지도자와 군 지휘부를 제거하면 지휘체계가 마비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후임자들이 자리를 채우면서 국가 기능이 유지됐다.
외신들은 이번 전쟁이 이란 정치체제의 예상 밖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란의 권력구조는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혁명수비대와 정규군, 정보기관, 사법부, 행정부, 의회, 종교 엘리트와 지방행정조직이 중층적으로 연결돼 있다. 최고위급 지도자나 지휘관이 제거되더라도 후임자를 세우고 조직을 계속 가동할 수 있는 구조다.
미국이 이란 권력의 정점을 타격하고도 국가 전체를 마비시키지 못한 배경이다.
특히 혁명수비대와 정규군, 바시즈 민병대 등 군사·치안조직이 분산돼 있다는 점도 체제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정 조직이나 지휘부가 큰 타격을 입더라도 국가의 군사·치안체계 전체가 동시에 무너지지 않는 구조가 이번 전쟁에서 확인된 것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과소평가한 것은 이란의 개별 군사시설이 아니라 국가체제 자체의 내구성이었다.
미국은 압도적인 공군력과 정밀타격 능력을 앞세워 이란의 핵심 시설과 지휘부를 파괴했지만 그 충격을 흡수하고 새로운 지도부와 지휘체계를 세우는 능력까지 제거하지는 못했다.
7000곳이 넘는 표적을 타격하고 최고지도자까지 제거한 뒤에도 이란 정부가 무너지지 않으면서 미국의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군사력만으로 이란을 굴복시키기 어렵다는 판단 속에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 압박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0일 이란을 상대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예고했다. 원유 수출과 해외 금융거래, 대외 교역을 더욱 강하게 차단해 군사공격으로 이루지 못한 압박 효과를 경제적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이란 체제의 최대 약점이 군사적 타격보다 갈수록 악화하는 경제와 민생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국제 제재에 전쟁과 해상봉쇄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이란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66%에 달했고 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128% 급등했다. 산업과 무역 역시 전쟁 장기화의 충격을 받고 있다.
군사공격으로 이란 정부를 무너뜨리지 못한 미국이 원유 수출과 금융, 무역을 옥죄는 방향으로 압박 전략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이란에서는 지금이 전쟁을 끝낼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1일 “우리가 힘과 존엄을 갖추고 있는 지금 전쟁을 끝내는 것이 더 낫다”고 밝혔다.
반년 가까이 미국의 공세를 견뎌낸 만큼 종전 협상에 나서더라도 패배한 상태에서 협상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물가 폭등과 경기 침체가 국민 불만으로 이어져 체제 내부를 흔들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쟁 초반 미국의 전략은 이란 지도부와 군사력을 단기간에 압도하면 정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6개월 가까운 전쟁은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것과 국가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7000곳이 넘는 표적을 공격했고 이란은 최고지도자와 군 수뇌부를 잃었다. 그럼에도 혁명수비대와 군, 행정부와 사법부 등 국가의 핵심 조직은 살아남았다.
이제 승부의 무게중심은 전장에서 경제로 옮겨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공격으로 무너뜨리지 못한 이란을 초강력 경제제재로 압박하려 하고 있다. 이란 역시 전쟁을 계속해 경제적 피해를 키우기보다 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출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000곳을 때리고 최고지도자까지 제거했지만 이란은 무너지지 않았다.
트럼프가 오판한 것은 이란의 무기 숫자가 아니라, 지도부를 잃고도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이란 체제의 힘이었다.
K-News LA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