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강화하기 위해 핵 경보를 발령하면서 국제사회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푸틴에게 핵 없이도 우크라이나에 치명타를 가할 방안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인명 피해를 줄 수 있는 비핵화 방법이 몇가지 있다”며 “생화학 무기와 댐 파괴를 비롯해 미사일 공격과 같은 기존 전쟁방식 등을 꼽았다.
우선 러시아가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소련의 생물무기 프로그램 일부를 물려받았다는 점에서다. 미국 국무부는 올해 여전히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물무기는 탄저균과 리신, 보툴리누스균과 같은 미생물로 방출 시 질병을 유발하며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이들은 국제법과 조약에 따라 사용이 금지됐다.
로버트 피터슨 생물안보연구소 분석가는 이달초 “현존하는 생물 무기 프로그램 관련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정부기관 정보를 보면 러시아가 소련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현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질식이나 물집 등을 일으키는 물질이나 혈액과 신경관련 화학물질도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반체제 인사들과 러시아 스파이를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을 이용한 화학공격 배후로 지적되며 비난받았다.
아울러 러시아는 체첸과 시리아 분쟁에서 화학 공격에 관여한 바 있다. 러시아는 화학 무기고를 없애겠다는 국제 협약에 서명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 소속 원자관리 프로젝트 연구원 매튜 번은 “러시아가 화학 공격을 핵 공격보다 덜 위험한 단계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증거를 제출하진 않았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 무기를 제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자체적인 생화학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며 맞섰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에 대해 “그가 두 가지(생화학 무기)를 모두 사용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분명한 신호”라고 말한 바 있다.
댐을 파괴하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 브래니슬라프 슬란체프 캘리포니아대 정치학 교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공세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드네프르 강의 댐을 파괴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란체프는 “이렇게 되면 드니프로 강 하류 전체가 물에 잠기게 된다”며 “대규모 사상자는 말할 것도 없고 우크라이나 수십만 명을 대피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댐을 포함 주요 기반시설을 강타했다. 중부 도시 크리비리흐의 주요댐을 파손시켜 드네프르강 지류의 제방을 침수시키고 백여 가구를 대피시켰다.
기존에 추진 중인 미사일 공격 등 재래식 무기를 강화할 수도 있다. 러시아는 이달 민간시설과 군사 전초기지, 에너지 기반시설 등을 공격하며 이같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푸틴 대통령이 수십만 명의 신규 병력을 동원했던 것도 국내 정치적 반발을 감수하더라도 인력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스 앙리 클루지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역 국장은 “주택과 기반시설을 파손하면 연료나 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난방으로 인한 생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