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자국의 이른바 ‘안보 보장안’에 관한 미국과 서방 국가의 답변에 불만족을 표했다. 크림반도 탈환 시도에 맞선 ‘전쟁’ 가능성도 거론했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 AFP, AP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주된 우려 사항은 무시된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우크라이나 및 구소련 국가 확장 금지와 자국 인근 공격 무기 배치 자제, 나토 동진 후퇴 등 자국의 요구를 서방 국가가 무시한 게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고 크림반도 탈환을 시도할 가능성도 경고했다. 특히 이 경우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언급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책을 찾고 싶지만 간단치 않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고, 그런(크림반도 탈환) 군사 작전을 시작한다고 상상하자. 나토 블록과 전쟁을 해야 할까”라고 자문, “누군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라며 “보아하니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및 그 동맹이 러시아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안보 보전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미국이 러시아를 억누르려 우크라이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 긴장 해소를 위한 추가 논의에 열려 있다며 세계 정상과 대화를 이어가기를 원한다고 했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하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날 발언은 지난해 12월23일 연말 기자회견 이후 푸틴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우크라이나 긴장 상황과 관련해 처음으로 내놓은 입장이다. 그는 앞서 프랑스와의 정상 통화에서도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날 미국과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안보 보장안에 대한 미국의 서면 답변’과 관련해 통화했다. 양국 외무장관 통화는 서면 답변이 오간 이후 처음 이뤄진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이번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의 병력·장비 철수 및 즉각적인 긴장 완화를 촉구하고, 침공 시 신속·가혹한 결과를 재차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