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휴전 협상에 파란불이 켜졌다. 러시아는 군사 활동을 축소하기로 했고 우크라이나는 안보 보장시 중립국 지위와 비핵화에 동의했다.
AP, 타스,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은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5차 협상에서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각각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34일째다.
◆러, 키이우 등 군사활동 축소…푸틴·젤렌스키 정상회담 속도
러시아 협상단을 이끄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건설적 협상을 했다며 러시아가 정치 군사적으로 분쟁 완화를 위한 2가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북부 체르니히우에서 군사 활동을 상당히 축소하겠다고 했다.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메딘스키 보좌관 발표대로 협상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키이우와 체르니히우에서 군사활동 축소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 성사에 속도를 내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두 정상의 직접 담판을 요구해 왔으나 러시아가 충분한 사전 조율이 없다면 비생산적이라고 거부한 바 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측이 회담에서 명확한 입장을 제시했다며, 관련 내용을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검토를 거쳐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 우크라, 나토식 안보보장시 중립국·비핵화…EU 가입 지원도 요구
이날 러시아 측 발표에 의하면 우크라이나는 대량파괴무기 생산과 배치를 하지 않고 자국 영토 안에 외국군 배치도 금지하겠다고 했다.
또 러시아가 2014년 합병한 크름(크림) 반도를 군대를 동원해 되찾으려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방위 조항(헌장 5조) 과 비슷한 안보 보장을 한다면 중립국과 핵무기 비보유 지위가 되겠다고 제안했다.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안보 보장국은 러시아를 포함해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이스라엘, 이탈리아, 캐나다, 폴란드, 터키 등이다.
다만 러시아 측 설명대로라면 안보보장은 친러시아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크름반도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안보 보장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시도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빨리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The whole world is awaiting the good news that will come from you."
🇹🇷 Turkey's President Recep Tayyip Erdoğan urges the delegations from Ukraine and Russia to agree to a ceasefire, ahead of the next round of peace talks in Istanbul. #UkraineRussia pic.twitter.com/kFDeLQ0b1i
— euronews (@euronews) March 29, 2022
◆우크라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이 핵심”
우크라이나 대표단도 나토 집단방위 형식의 안보 보장시 중립국·비핵화 지위 추진, 외국군 배치 않기 등 러시아가 언급한 내용을 이날 협상에서 논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표단 일원인 올렉산드르 찰리 전 외무차관은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온전함과 안보를 외교적 수단을 통해 재건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핵심 요건은 나토 헌장 5조와 내용과 형식이 비슷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명확한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어떤 침략이나 군사적 공격·작전 대상이 되면 우리는 국제적 협의를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3일 내 협의가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보장국은 우리에게 군사적 지원과 영공 폐쇄까지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상단의 다비드 하라하미야 집권 국민의종 당대표는 터키를 포함한 8개국을 안보 보장국으로 원한다고 말했다고 아나돌루통신은 전했다. 터키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모두와 우호 관계다.
◆ 우크라 “합의안 국민투표 해야”…크름반도 15년 협상 제안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안보보장에 관한 합의안이 국민투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안보보장 협정 결정이 우크라이나 국민투표 및 우크라이나와 보장국 의회 비준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가 진정으로 우리를 위해 공고화되려면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합병한 크름반도의 미래에 대해 앞으로 15년에 걸쳐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도 밝혔다. 해당 기간에는 문제 해결에 군사력을 사용하지 말자고 했다. 이 제안에 대한 러시아 측 입장은 명확하지 않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돈바스 지역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돈바스 내 친러 반군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분리독립 인정은 러시아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이날 협상을 중재한 터키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협상 시작 이래 가장 의미있는 진전”을 이뤘다며 ‘의견일치와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이날 회담 의제에 올랐으며, 조만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만남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