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공군이 러시아 전투기 40여대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던 일명 ‘키이우의 유령’ 조종사가 허구의 인물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2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페이스북을 통해 “키이우의 유령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창조한 가상의 영웅이었다”며 “키이우의 유령으로 불렸던 스테판 타라발카 소령은 러시아 전투기를 40대 격추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알려진 키이우의 유령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키이우의 하늘을 지키는 40전술항공여단 조종사들의 집합적 이미지”라며 “키이우의 유령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모든 조종사들을 뜻한다. 우크라이나 영공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공군의 집단정신을 구현한 표현”이라고 전했다.
키이우의 유령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 2월 27일 자국 전투기 조종사가 러시아 전투기를 연이어 격추하는 영상을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리면서 온라인상에서 확산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타라팔카 소령이 러시아 전투기 6대를 격추했다면서 트위터에 그를 ‘키이우의 유령’으로 칭한 영상을 올리고 전쟁영웅으로 추켜세웠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격추한 러시아 항공기 190대 중 40대 이상을 타라발카 소령이 혼자 격추했다는 설까지 나오면서 대중적 인기가 커졌다.
하지만 NYT는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 가운데 전투 장면이 컴퓨터 그래픽(렌더링) 영상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고, 타라발카 소령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영웅담이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돼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진짜라고 반박하며 이같은 추측을 부인해왔으나 영국 매체 더타임스가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소식통을 인용해 타라발카 소령이 지난 3월 13일 러시아 전투기들과의 공중전 도중 전사했다고 보도하자 사기가 꺾일 것을 우려해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NYT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여전히 그 영웅담를 지속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러시아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사기를 붇돋은 ‘키이우의 유령’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성공적인 선전물 중 하나로 평가받을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