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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8년 일해 번 돈 모두 사라졌다” … 네팔 대홍수, 삶의 터전까지 집어삼켰다

사망 750명·실종 3000명 넘어…한국인 수색도 계속 마을 전체 수미터 토사에 파묻혀…네팔서 3700명 이상 구조

2026년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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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와코트(네팔)=뉴시스] 고승민 기자 = 29일(현지시간) 대홍수로 인해 토사가 수미터 이상 쌓인 네팔 누와코트 비두르 마을에서 복구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은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가 건설하던 수력 발전소로 가는 길목이다. 2026.08.29. kkssmm99@newsis.com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지역을 덮친 대홍수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데 이어 주민들이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까지 송두리째 집어삼켰다.

재앙적인 돌발 홍수 발생 닷새째인 30일 사망자는 750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는 3000명을 넘어섰다. 네팔 곳곳에서는 수미터 높이의 토사가 마을을 뒤덮으면서 집과 상점, 도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특히 한국에서 8년간 일해 모은 전 재산으로 식당과 숙박업소를 차린 한 네팔 주민도 이번 홍수로 모든 것을 잃었다.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 29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차량으로 2시간 넘게 떨어진 누와코트 지역 비두르시의 한 마을은 홍수가 휩쓸고 간 뒤 거대한 진흙더미로 변해 있었다.

트리슐리강에 인접한 이 마을은 한국인 실종자들이 발생한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보다 하류에 있다.

상류에서 홍수 소식을 전해 듣고 주민들이 급히 대피하면서 상대적으로 인명 피해는 적었지만 마을 자체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됐다.

강물은 여전히 흙탕물로 변한 채 거세게 흐르고 있었고 강변 건물 상당수는 진흙에 완전히 파묻혔다. 관공서와 은행 등 비교적 높은 건물들도 아래층 절반가량이 토사에 잠겼다.

강가에서 가파른 언덕 위쪽까지 십여 미터 높이에 토사가 쌓였다 빠져나간 흔적이 선명했고, 마을 곳곳에는 무릎까지 빠질 정도의 진흙이 남아 있었다.

한때 시장이 들어서 있던 거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파손된 도로에는 트럭 한 대가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채 처박혀 있었다. 무더위와 높은 습도 속에서 토사에 묻힌 가축 사체 등이 부패하면서 악취까지 퍼지고 있었다.

[누와코트(네팔)=뉴시스] 고승민 기자 = 29일(현지시간) 대홍수로 인해 토사가 수미터 이상 쌓인 네팔 누와코트 비두르 마을이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지역은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가 건설하던 수력 발전소로 가는 길목이다. 2026.08.29. kkssmm99@newsis.com
이 마을에서 만난 노보라지 우쁘레띠(38)씨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주민이다.

그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건너가 공장에서 8년 동안 일했다. 그렇게 번 돈을 모아 고향 강가에 식당과 숙박업소를 차렸다. 자녀 3명을 포함한 가족 6명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이번 홍수로 모든 것이 사라졌다.

우쁘레띠씨는 “한국에 가서 공장에서 8년 동안 일했다”며 “한국에서 벌었던 돈이 다 날아가 버렸다”고 뉴시스에 말했다.

홍수가 덮쳤던 순간은 너무 급박해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아이들은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자신은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엄청난 흙탕물이 한꺼번에 밀려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는 가까스로 아이들을 높은 곳으로 대피시켰다. 불과 2분 차이로 아이들의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가족이 살아남은 안도감도 잠시였다. 조금 더 상류에 살던 이모 가족은 홍수 이후 모두 연락이 끊겼다.

우쁘레띠씨는 “지금 토사 제거 작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 집까지는 시작할 차례도 안 됐다”며 “내가 입고 있는 이 옷 한 벌밖에는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의 고통은 비슷했다.

[누와코트(네팔)=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홍수로 자신의 집과 식당 등의 피해를 입은 누와코트 지역 비두르시(市)의 한 마을 주민 노보라지 우쁘레띠(38)씨가 지난 29일 수해 복구작업 도중 토사에 발이 빠지자 지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 2026.08.30 pjk76@newsis.com
현지 농업은행 지점 부지점장 바랏 다깔(51)씨는 토사에 파묻힌 은행 건물을 지키고 있었다.

건물 안에는 은행 서류와 금고 등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진흙 때문에 접근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비를 가져와 내부 물품을 꺼낼 준비를 하고 있지만 비가 계속 내려 복구 작업을 언제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마을 위쪽 언덕에 사는 인디라 아디까리(40)씨는 홍수가 닥치기 직전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이상한 큰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이 황급히 높은 곳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가족과 함께 언덕 위 사원으로 대피했다. 현재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절망 속에서도 복구 작업은 시작됐다.

주민들은 이웃의 집을 찾아 진흙 속에서 가재도구를 꺼냈고, 불도저와 중장비가 마을 곳곳을 오가며 토사를 치우고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재난의 전체 피해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30일 현재 중국 측에서 16명이 숨지고 546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네팔 재난관리 당국이 이날 업데이트한 집계에서는 사망자가 734명, 실종자가 외국인을 포함해 2498명으로 늘었다.

네팔과 중국 양측의 공식 집계를 합하면 사망자는 750명, 실종자는 3044명에 달한다.

[누와코트(네팔)=뉴시스] 고승민 기자 = 29일(현지시간) 대홍수로 인해 토사가 수미터 이상 쌓인 네팔 누와코트 비두르 마을이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지역은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가 건설하던 수력 발전소로 가는 길목이다. 2026.08.29. kkssmm99@newsis.com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측 실종자 가운데 외국인은 261명이다. 국적별로는 네팔인 104명, 인도인 49명, 라트비아인 33명, 미국인 18명, 영국인 15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실종자들이 발생한 네팔 라수와 지역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도 수색·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측에서는 시짱자치구, 즉 티베트의 지룽 검문소 일대가 주요 수색 지역이다.

네팔군은 특히 100명 이상이 두꺼운 진흙으로 가득 찬 터널 내부에 갇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네팔에서 구조된 사람은 37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피해 지역이 히말라야 산악지대의 높고 험준한 산과 좁은 협곡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홍수와 산사태로 도로까지 끊기면서 수색 작업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무장관은 29일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수색과 구조, 구호·복구 작업에 가용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특히 실종자 수색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팔 정부는 터널 구조와 생존자 탐지 기술을 비롯해 신속한 법의학·DNA 분석, 시신 안치용 냉장시설 등의 분야에서 주변국에 전문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수천 명의 생사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피해 지역에서는 실종자 수색과 동시에 살아남은 주민들의 삶을 다시 세우기 위한 복구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8년 동안 한국에서 일해 번 돈으로 마련한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은 우쁘레띠씨처럼, 홍수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숫자로 집계하기 어려운 주민들의 상실과 고통이 남았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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