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지난 56년 간 이스라엘의 숨막히는 점령 하에 있었고 정치적 해결에 대한 희망도 사라져 가고 있었다면서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은 “공백 상태(in vacuum)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고 발언했다.
알자리자 등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하마스의 지난 7일 공격은 공백 상태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56년 간 숨막히는(suffocating) 점령 하에 있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자신들의 땅이 (이스라엘) 정착촌에 꾸준히 잠식당하고 폭력에 시달리는 것을 지켜봤고, 경제는 위축됐다. 그들은 이주해야 했고 그들의 집은 철거됐다. 그들의 곤경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희망도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불만이 하마스의 끔찍한 공격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 공격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집단적인 처벌을 정당화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중대한 시기에 민간인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부터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The situation in the Middle East is growing more dire by the hour.
At a crucial moment like this, it is vital to be clear on the fundamental principle of respecting & protecting civilians. pic.twitter.com/TpDcQz0Bkc
— António Guterres (@antonioguterres) October 25, 2023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또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물과 식량, 연료 공급을 중단하고 전면 봉쇄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국제인도법 위반”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가자 지구에서 목격하고 있는 국제인도법의 명백한 위반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 무력 충돌의 어느 당사자도 국제인도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면서 모든 당사국들에게 국제인도법에 따른 의무를 준수·존중하고 군사 작전을 통해 민간인을 구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가자 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거듭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구테흐스 사무총장 발언 이후 그와의 회담을 취소했다.
코헨 장관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X(옛 트위터)에 “나는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지 않을 것이다. 10월7일 학살 이후 균형잡힌 접근은 불가능하다”면서 ‘하마스는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더 나아가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그는 X에 “이스라엘 시민과 유대 민족에게 자행된 가장 끔찍한 잔혹 행위에 동정심을 보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은 정당성도, 의미도 없다”면서 “나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즉각 사임할 것을 요구한다. 그는 유엔을 이끌기에 부적합하다”고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