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 재판이 15일부터 시작된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으로 이번 주부터 법정 싸움이 본격화된다.
AP, N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 배심원 선정과 함께 성추문 입막음 사건의 공판이 열리게 되면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첫 전직 대통령으로서 역사에 남게 된다.
AP는 “이 사건으로 공화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트럼프)는 2016년 첫 대선 선거운동 기간 중에 발생한 불륜 혐의를 묻기 위한 계획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몇 주 동안 맨해튼 법정에 앉아 선거운동을 벌이게 될 것”이라며 “이는 유권자들이 11월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돌려보낼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판결을 내릴 수 있는 트럼프에 대한 4가지 형사사건 중 잠재적으로 유일한 사건이기 때문에 엄청난 정치적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대선 당시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성관계 ‘입막음’ 목적으로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달러를 건네고 회사 장부에 허위 기재하는 등 34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나머지 형사사건 중 플로리다에서 기소된 기밀문서 유출 재판은 공판 기일을 확정하지 못했고. 연방 특검이 기소한 2020년 대선 전복 혐의 재판도 대법원의 면책특권 문제 관련 판단이 나올 때까지 중단됐다. 미국 조지아주 대선 개입 혐의 사건은 검사장과 부하 직원 간 염문설로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후안 머천 뉴욕 맨해튼형사법원 판사는 지난달 25일 심문기일에서 배심원단을 선정하고 공판 기일을 지정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재임 중 행한 공식 행위에 대한 기소 면책 여부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을 막을 목적으로 대가성 금전을 지급했다는 혐의를 부인하며 기소 자체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대선에 미칠 파장을 의식해 재판 기일 연기를 요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머천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법적 기한을 넘어 연기를 요청했다며 “신청 진정성과 실제 목적에 대한 실질적인 의문이 든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러한 상황은 이 법원의 신빙성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천 판사는 재판이 6주 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한 만큼 이르면 5월 중으로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입막음 돈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검찰은 금전을 거래하는 과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코언이 트럼프재단 내부 장부를 조작하고 유령 회사를 설립하는 등 경제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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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지검이 공개한 공소장과 사실 진술서(statement of facts)에 따르면 혐의는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캐런 맥두걸 등 두 명의 여성에 대한 보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들은 몇 년 전에 트럼프와 혼외 성관계를 가졌다고 말했고, 트럼프 타워 도어맨(디노 사주딘)은 ‘트럼프에게 혼외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훗날 혼외자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러한 성관계를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A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업 기록을 위조한 혐의로 34건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다”며 “해당 혐의는 최대 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지만,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감옥에 갇힐지 여부는 궁극적으로 판사에게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력 정당의 대선 후보인 만큼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수감 조치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범죄 혐의 재판에서 승소하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업 기록을 위조하거나 허위로 입력하도록 했을 뿐 아니라(이는 경범죄에 해당), 추가로 범죄를 저지르거나 은폐할 의도로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AP가 보도했다.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 검사장은 트럼프의 기소에서 다른 범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후 그의 행동이 주 및 연방 선거 자금과 세금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것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특이한 법적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NBC는 “홍보의 대가인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을 정치범으로 낙인 찍는다”며 “뉴욕주는 그가 자신의 위상을 이용해 정의를 조롱하는 일반 범죄자라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올해 1월 NBC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바이든을 47% 대 42%로 전국적으로 5%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응답자들이 11월5일 선거 이전에 트럼프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들의 입장은 바뀌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45% 대 43%로 앞섰다.
지난 3월 폴리티코·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성추문 입막음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트럼프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힐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무소속 유권자의 3분의1은 유죄 판결을 받은 후 트럼프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뉴욕 맨해튼법원의 포르노스타 입막음 시도 재판을 연기하려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재판에 출석해 배심원들을 설득할 계획임을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12일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별장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함께 기자회견하면서 재판 출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법정에서)증언할 것이다.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진실을 말하는 것뿐이라는 말이다. 재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이러한 트럼프의 공개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가 직접 증언에 나설 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NBC는 “이제 트럼프는 자신이 유죄 판결을 받지 않기를 바라고, 배심원단의 결론에 관계없이 자신의 기소를 자신의 지지층이나 외부 사람들의 동정 표를 위한 독보적인 투표 기계로 전환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모든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그의 지속적인 노력은 자신의 브랜드에 ‘중범죄자’라는 단어를 문신으로 새기면 승리하기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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