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중국 정상회의가 26~27일 양일간 서울에서 열린다. 2019년 12월24일 중국 청두에서 제8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개최된 후 4년 5개월 만의 회동이다.
글로벌 복합 위기로 인한 세계적 경제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3국은 무역과 산업 분야의 협력을 약속하고 이를 공동성명에 담을 예정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5월 26일부터 27일까지 1박 2일간 서울에서 개최된다”고 알렸다.
첫째 날인 26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각각 만나 한중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중국의 리 총리는 지난해 총리로 취임한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은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한국, 그리고 중국 양국 간 전략적인 소통 증진, 경제통상 협력 확대와 중국 내 우호적인 투자환경 조성, 인적 문화교류 촉진, 한반도 정세를 포함한 지역 및 글로벌 현안에 대한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정상회담 역시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함께 양국 간 실질 협력 증진 방안, 한반도 정세, 한미일 협력과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역내, 그리고 글로벌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날 저녁 한일중 3국 대표단과 경제계 인사 80여 명이 참석한 공식 환영 만찬이 개최될 예정이다.
한일중 정상회담은 둘째 날인 27일 열린다. 현재로서는 약 1시간30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3국 정상이 주제별로 자유 발언을 하는 식으로 회의는 진행된다. 회의를 통해 도출한 내용은 공동성명에 담을 계획이다. 3국 정상이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김 차장은 “우리 정부는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 국민 실생활과의 연관성, 3국 간 실제 협력 수요를 감안해 ‘6대 중점 협력 분야’를 일본과 중국 측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6개 협력 분야는 ▲인적 교류 ▲기후변화 대응 협력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도모 ▲경제통상협력 ▲보건 및 고령화 대응 협력 ▲과학·기술 디지털 전환 협력 ▲재난 및 안전 협력 등이다.
김 차장은 “3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이들 분야의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며 그 결과는 3국 공동선언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동선언은 3국 정상들의 협력 의지가 결집된 결과물인 만큼 앞으로 3국 간 각급별 협의체 운영, 그리고 협력사업의 이행을 추동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세 정상은 이어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각각 연설을 진행한 뒤 3국 경제인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3국 협력체제 완전히 복원…경제·민생 협력 초점”
우리 정부가 4년5개월 만에 3국 정상이 만나는 자리를 주도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은 작년 9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 총리를, 그리고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로 기시다 총리를 각각 만나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를 직접 제안했다”며 그 이후로 “우리 정부는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 개최 성사를 위한 3국 간 협의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의는 한일중 세 나라가 3국 협력체제를 완전히 복원하고 정상화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를 3국 국민들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김 차장은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3국 협력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 나라 국민들이 서로를 신뢰하면서 활발히 교류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3국 모두의 경제발전을 촉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3국 정상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서 글로벌 복합 위기 대응에 힘을 모으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방한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라인야후 사태’ ‘중국의 한일 대사 초치 논란’ 등은 이날 다뤄질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자 간의 협력 현안이 인적 교류를 포함해 경제, 기술 등 산적해 있다”며 갈등보다는 협력에 초점을 맞춰 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중국 외교부가 주중 한국·일본 공사를 불러들여 대만 문제에 대해 항의한 이슈에 대해서도 그는 “한중 관계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일관되게 ‘하나의 중국’ 입장을 견지했다”며 “여기에 대해 중국 정부도 아무 이견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 북한 핵 문제 등 안보 문제 역시 주요 의제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북한 비핵화 문제, 남북 관계는 한일중 간 짧은 시간에 깨끗한 합의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운 주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가 경제 및 민생 협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3국 협력이 어떻게 무역과 산업, 공급망에 있어서 협력하고 또 서로 지식과 재산권을 보호해 가면서 투자와 무역을 활성화하는가. 재난안전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는가. 그리고 3국의 협력 관계를 주요 지역의 다른 국가들과도 어떻게 확장해 가면서 협력의 외연을 넓혀가는가. 미래 세대 간에 어떻게 이 대화체를 물려줄 것이냐 하는 주제들로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