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한인 남성 박모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갑자기 전화를 한 친한 지인 이모씨가 박씨에게 빨리 크레딧카드 정보를 달라는 거였다.
이유를 물었더니 한국의 점보기 사이트에서 당장 점을 봐야 하는데 코인이 모자라 100달러를 충전해야 하니 박씨의 크레딧카드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이 여성과 앞으로 관계가 잘 진전될 수 있을 지 알고 싶어 온라인으로 점을 봐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급하고 간절하게 부탁하는 이씨의 목소리에 박씨는 크레딧카드 정보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온라인으로 점을 보기 위해 친구에게 크레딧카드 정보를 요구하는 이씨의 태도가 기가 막히고 낯설었지만 절박한 목소리로 크레딧카드를 요구하는 이씨의 태도는 박씨에게는 마치 마약 중독자를 보는 것 같았다.
크레딧카드 정보를 내 준 박씨는 이씨에게 온라인 점보기를 얼마나 자주 이용하고 있는 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씨의 대답은 박씨를 또 한 번 경악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온라인 점보기에 얼마나 썼냐는 박씨의 물음에 이씨는 “작년에만 1만 달러를 썼다. 한 달에 1천달러 정도를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 놓았다.
놀란 박씨가 “점집에 가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으로 점을 보는 건데 어떻게 그렇게나 많이 쓸 수가 있냐”고 되묻자 이씨는 “온라인 사주보기를 한 번 이용하게 되면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습관처럼 이용하게 되는데 사주보기를 끊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가 사용하는 한국의 S 점보기 사이트는 수십여명의 점술가들을 모아 놓은 사이트로 비대면 30초에 상담에 대체로 1000원-1200원을 받고 있었다. 30초에 1달러가 결제되는 셈이다.
미주 한인들을 위해 달러 결제를 직접 해주는 점술사들도 있었다.
크레딧 카드로 코인을 충전한 뒤 자신이 원하는 점술사를 선택해 궁금한 점을 묻고 상담을 받으면 1회에 수십달러가 순식간에 결제되는 경우가 많고, 한 달이면 어렵지 않게 수백달러에서 1천달러를 쓰게 된다는 것이다.
이씨 처럼 여자친구와의 연애 문제가 궁금할 때 점보기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주식투자, 이사, 여행, 이직, 자녀 문제 등 무슨 걱정이나 일이 있을 때 마다 이렇게 한국의 점보기 사이트나 앱에 접속해서 자기들의 운세나 미래를 보는 한인들이 주변에 의외로 많다.
그러나 잘못하면 알콜중독이나 마약중독, 도박중독의 수준으로 점보기에 중독이 되는 한인들도 있다고 한다.
특히 점집을 가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비대면으로 이용하는 점보기 사이트나 앱에 메달리다 시피 중독된 경우도 적지 않다.
요즘에는 비대면 상담이나 유튜브로 보는 운세가 인기여서 비교적 젊은 한인들이 채팅이나 화상 등 온라인으로 점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점보기나 타로, 관상, 사주 관련 게시물은 10만개가 넘고, 사주나 타로를 다루는 온라인 콘텐츠도 넘쳐 난다.
유튜브에는 타로 채널만 2만5천여개의 채널이 있고, 사주 채널은 790개가 넘는다는 조사도 있다.
이런 점보기 중독의 경우 다른 중독처럼 끊기 매우 힘들고 주변 사람들에게 재정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빨리 끊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박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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