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10명 중 6명은 부부가 결혼 후에도 각자 다른 성을 사용할 수 있는 ‘선택적 부부별성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일본 공영 NHK가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12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59%였다. 반대는 24%, 무응답은 17%였다.
현재 일본은 결혼하면 부부가 같은 성을 사용해야 하는 ‘부부동성제’를 시행하고 있다. ‘혼인한 부부는 동성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민법 750조에 따라 부부는 서로 다른 성을 사용할 수 없다.
결혼 후에는 남편이나 아내의 성 두 가지 중 하나로 통일해 사용하면 되지만, 실제로는 기혼 여성의 95%가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있다.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2022년 혼인한 부부 50만4930명 가운데 남편의 성을 따른 아내가 94.7%(47만8199명)였다.
앞서 부부별성을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이 마련되기도 했으나, 보수 진영 반대로 입법화까지 이르진 못했다. 일본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 격)도 지난 2015년과 2021년 부부동성제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는 부부동성제가 성씨 다양성을 해치고, 성평등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흐름에 맞지 않다며 부부별성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경제 단체인 게이단렌은 지난달 정부에 부부별성제 도입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이들은 “성을 바꾸면서 겪는 일상생활과 직업생활상의 불편·불이익 등 부담이 여성에게 치우쳐 있다”며 “정부가 한시라도 빨리 관련 개정법안을 제출해 국회에서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6쌍의 부부가 부부별성제 인정을 요구하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번 소송에서 최고재판소가 부부동성제 위헌 결정을 내리면 국회에서도 재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