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에 휩싸였다. 여권은 연일 ‘윤석열 게이트’ ‘국기문란사건’ ‘검찰 하나회’ 등으로 규정하고 총공세를 펴고 있고, 김오수 검찰은 진상조사에 착수하는 등 윤 전 총장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 당 내에서도 ‘완주할 수 있나’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인데다, 당 경쟁 주자들도 윤 전 총장을 향해 직접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윤 전 총장은 사면초가에 몰린 모양새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윤 전 총장의 도덕성에 흠집이 나면서 홍준표 의원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번 의혹의 사실 여부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날 경우 윤 전 총장은 오히려 공정성과 도덕성에 대한 신뢰가 제고되면서 지지율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윤 전 총장은 공정성과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어 낙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윤 전 총장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밀리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을 정부·여권의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증거를 대라”며 의혹을 보도한 매체에 대해 법적 조치를 예고하는 등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캠프 측은 ‘고발사주’ 의혹이 경선에 미칠 파장과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의혹이 유권자들의 판단에 당장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의혹이 ‘검언유착 유혹’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보도 매체의 신뢰성, 조작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만큼 유권자들이 쉽게 지지를 철회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다.
홍형식 한실리서치 소장은 “과거엔 어떤 의혹이 제기되면 여론이 요동쳤지만 요즘엔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나는 게 비일비재해 국민들이 학습효과가 있어 사실 관계가 규명되기 전까지는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특히 이재명과 윤석열 지지자 대부분은 ‘묻지마 지지자’아닌가. 이런 정도의 복잡한 의혹 갖고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거라 본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연구소장도 “호재는 분명 아니지만, 윤 후보가 개입했거나 방조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지지율에는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런 공방은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뉴스버스라는 매체가 쥴리에 이어 윤석열과 관련해 두번째로 터뜨렸는데 경위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윤 전 총장이 검찰에 최대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도덕성과 신뢰성에 타격이 적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 사안에 대한 윤 전 총장의 태도를 국민들이 유심히 지켜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검찰총장이었는데 유시민까지 걸려 있는 고발 문제를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면 더 큰 일 아닌가”라면서 “‘증거를 대라’ 이렇게 나올게 아니라 스스로가 관련 문제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해야 신뢰성과 도덕성에 흠결이 남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고발 사주’ 의혹이 당장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현재 홍 의원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윤 후보의 고정 지지층이 아니라면 대체제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홍형식 소장은 “경선룰이나 두테르테 설전 등으로 지속적인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다 홍준표와 윤석열은 엄격한 법 집행이나 문재인 정부 심판 등 정치적 컬러가 비슷해 대체제로 홍 의원에게 기울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홍 의원도 이런 구도를 의식한 듯 “곤경에 처하니 두테르테를 불러오는가 하면 저보고 국민 분노에 올라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등 별의별 말을 다한다”라면서 “부인 주가조작 사건 대비나 잘 하시고 청부 고발의혹 사건이나 잘 대비하라. 곧 위기가 닥칠거다”고 벼르는 모양새다.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에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대검 감찰에서 의혹이 사실로 결론이 날 경우다. 윤 전 총장이 ‘정치 검찰’이라는 반증이어서 대선판을 집어삼킬 만한 핵폭탄급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야권에서조차 “실제 개입이 있었다면 정권교체에 블랙홀이 될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법적 공정성’이 윤 전 총장의 가장 큰 자산이자 정체성으로 박혀 있는 대선후보인 탓에 고발 사주 의혹이 사실로 판정나면 핵심 가치가 무너질수 밖에 없고, 지지율 하락은 물론 완주까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박상병 평론가는 “대검이 사실관계를 해결하는게 급선무인데, 만약 사실이라고 하면 대선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에 석고대죄하고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면서 “검찰총장이 청부 고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범죄조직인거다. 그러면 윤석열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윤석열은 공정과 정의를 대표하는 사람인데 의혹이 사실이 되면 반문 대표성은 물론 진정성까지 훼손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2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는 검찰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 측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고발하라고 사주했다고 보도했다. ‘검언유착’ 등의 보도로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피해를 봤다는 이유에서다. 보도에는 당시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고발장의 고발인란을 비워 당시 미래통합당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도가 나가자 더불어민주당과 여권 대권주자들은 윤 전 총장을 향해 “피의자 심문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 “검찰 하나회 수장”, “깡패만도 못한 검사” 등의 거친 표현으로 파상공세를 펴는 중이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도 “검찰총장이 모르는 상태에서 간부가 사주할 수 있나” “몰랐다 하더라도 지휘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윤 후보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