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연달아 우크라이나를 향해 대규모 공습을 퍼붓는 가운데 서방 국가 사이에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견해차가 드러나고 있다.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러시아 본토 안 깊숙한 원점을 타격해야 한다는 우크라이나의 손을 들어주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확전을 경계해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국가도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전역에 재차 공습을 가했다. 러시아는 연일 공격을 퍼붓는 가운데 전날 개전 뒤 최대 규모로 우크라이나에 공습을 실시했다. 러시아는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MS를 비롯해 극초음속 킨잘 미사일, 탄도미사일, 무인기(드론)를 동원해 물량 공세를 퍼부었다.
우크라이나는 방공능력을 최대로 동원해 물량 공세를 막아서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필두로 행정부와 군은 계속해서 러시아 깊숙한 곳을 겨냥한 목표물 타격 허용을 요청해 왔다. 서방에서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에 나서지 못하도록 발사 지점, 공군기지, 물류거점, 지휘 통제소, 병력 집결소 등 주요 시설을 무력화하겠다는 발상이다.
줄곧 확전을 이유로 반대해 왔던 서방에서도 이견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심부 타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고 보도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타격 허용 방향으로, 미국과 독일은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고했던 서방 태도에 균열이 발생한 것은 러시아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일정 부분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고 다른 협력국은 우리가 테러를 막을 수 있도록 도울 힘이 있다”면서 서방을 압박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로 진격하면서 동부 전선의 불안정성을 자초하고 있는 것도 러시아 심부 타격 허용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표면적으로 러시아 포격으로부터 국토를 지켜내기 위한 완충지대를 형성하고 적 병력의 분산을 유도하기 위한 진군이라고 설명했다.
이견 표출의 핵은 영국이 제공한 스톰 섀도 순항미사일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륙 타격에 스톰 섀도를 사용하려면 제공국 영국은 물론, 공동개발국인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 동의도 필요하다. 미국이 제공한 육군 지대지 전술탄도미사일체계 에이태큼스(ATACMS) 사용을 차치하고서라도 영국이 제공한 스톰 섀도도 미국 반대에 막혀 심부 타격에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텔레그래프는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사용 제한을 해제하려는 움직임에 우려를 키우고 있고, 영국도 미국에 입장 선회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적었다. 반면 FT는 영국 정부가 올여름 초 미국과 프랑스에 관련 내용을 담은 요청서를 송부했다고 타전했다.
미국이 과거 차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으로 벤 월리스 전 영국 국방장관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영국 정부 소식통은 “이 같은 일을 동맹국과 논의하고 싶을 뿐이지 강행하려는 뜻은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 심부 타격을 허용하지 않은 독일은 자국산 타우루스 미사일 지원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스톰 섀도보다 타우루스가 군사적 가치가 더 크다고 보고 독일에 숱하게 이를 달라고 요청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서방 허가까지 자구책을 마련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사거리 700㎞에 달하는 우크라이나산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소식을 알렸다. 또 우크라이나군은 최대 1000㎞거리 목표까지 공격할 수 있는 자국산 무인기를 이용해 러시아 비행장, 무기고, 연료 창고, 방공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
FT는 전차와 순항미사일 공급 때와 같이 영국과 프랑스가 앞장서면 결국 미국도 따라오리라고 전망했다. 결국 서방의 허용 결정은 시간과 문제이지 가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받아온 미사일로 러시아 내부를 공격하는 일이 발생하게 될 것으로 점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