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전역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페이저)가 동시에 폭발, 최소 9명이 숨지고 2700여 명이 부상을 당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사전에 호출기를 입수해 폭발물을 장착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헤즈볼라 무장대원이 사용하는 호출기 수백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했다. 폭발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3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이어졌다.
레바논 보건 당국은 자국에서만 최소 9명 사망이 숨지고, 2750명이 다쳤다고 확인했다.
사망자 중 8명은 헤즈볼라 대원이고, 나머지 1명은 대원의 가족으로 알려졌다.
부상자 가운데 약 200명은 위독한 상태로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호출기는 내부에 장착된 1~2 온스(28.3∼56.6g) 가량의 폭발 물질이 원격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또 헤즈볼라가 대만의 골드아폴로사로부터 주문한 호출기는 레바논에 도착하기 전 폭발물질이 심어지는 조작을 거쳤다고 전했다.
미국 등 서방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대만 기업의 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심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 신베이에 있는 골드아폴로사는 폭발에 사용된 호출기는 자신들이 제조한 것이 아니라며 직접 연관성을 부인했다.
골드아폴로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쉬칭광은 언론에 “폭발한 호출기는 우리의 제품이 아니라 우리의 상표만 붙이고 있을 뿐”이며 “유럽의 ‘BAC 컨설팅’으로 불리는 유통업체에서 제조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만 경제부는 골드아폴로의 호출기가 레바논으로 직접 수출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만 경제부는 골드아폴로사는 2022년부터 지난 8월까지 26만대의 호출기를 수출했고, 올해 1~8월 4만929대를 수출했는데 대부분 유럽과 미주 국가로 수출했고 레바논으로 수출한 기록은 없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