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고율 관세를 시행한 데 이어, 내달 2일부터 수입 농산물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 가정의 식탁 물가가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통신과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관세 조치가 과일, 채소, 설탕, 커피, 육류 가격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미 높아진 식품 가격이 더욱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입 농산물 가격 급등…설탕·커피·과일 직격탄
미국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의 절반 이상은 수입산이며, 이 중 설탕, 커피, 코코아, 열대 과일 등 주요 농산물이 15%를 차지한다. 특히 멕시코는 미국에 설탕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로, 전체 수입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면 설탕을 포함한 주요 식품 원료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설탕: 멕시코산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가격 급등 예상
- 커피·코코아: 중남미에서 대량 수입되므로 관세 영향 불가피
- 망고·아보카도·토마토: 멕시코에서 대량 수입되며 이미 가격 상승 조짐
아이오와주 선물·옵션 중개회사 스톤X의 매트 캠벨은 “관세는 미국인들에게 실질적인 부담이 될 것이며, 이는 결국 식료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고기·육류도 가격 폭등 예고
최근 미국 내 가뭄과 목초지 감소로 인해 미국에서 사육되는 소의 수가 5년 연속 감소하며, 1951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호주,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뉴질랜드 등에서 소고기 수입을 늘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산물 관세 부과는 육류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소고기: 캐나다·멕시코산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가격 인상 불가피
돼지고기: 사료비 상승과 함께 수입량 감소 예상
농무부(USDA)는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사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자·주류·외식 가격도 연쇄 상승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관세가 과자, 주류, 레스토랑 메뉴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과자: ‘오레오’·’리츠’ 등을 생산하는 몬덜레즈 인터내셔널은 멕시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데, 관세로 인해 가격 인상 가능성 큼
- 주류: 디아지오(데킬라·위스키) 및 콘스텔레이션 브랜드(코로나 맥주) 등 멕시코·캐나다산 주류 수입업체들 가격 인상 불가피
- 패스트푸드: 치폴레의 샐러드 메뉴에 사용되는 아보카도의 50%가 멕시코산으로, 가격 상승 예상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은 이미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며, 맥도날드, 버거킹, 타코벨 등도 햄버거, 타코 가격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농가도 직격탄…비료·대두·옥수수 위기
농산물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농부들도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미국 농가는 칼륨 비료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85%를 캐나다에서 수입한다. 그러나 이번 관세 조치로 비료 가격이 상승하면 농산물 생산 비용이 증가해 미국 내 농산물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보복 관세로 인해 미국의 주요 수출 농작물인 대두, 옥수수, 밀 등의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척 그래슬리 연방 상원의원(아이오와)과 미국 비료협회는 트럼프 행정부에 비료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했지만, 아직 이에 대한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서민 경제 부담 증가…연간 1,000달러 추가 비용 전망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미국 가계가 연평균 약 1,000달러(약 130만 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분석했다.
민주당 소속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물가를 낮추겠다고 맹세했지만, 결과적으로 서민 가정에 세금을 더 부과하는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