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 밥상 바닥에서 고급 메뉴로
“한밤중 술자리가 끝나면 진짜 파티는 BCD 순두부에서 시작됐죠.” 20대 시절을 회상한 한 미국인은 뜨거운 순두부찌개와 함께 나오는 돌솥밥을 떠올렸다. 밥을 다 퍼내고 나면 서버가 뜨거운 차를 돌솥에 부어준다. 남은 누룽지가 찻물에 부드럽게 풀어지면, 그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밥의 마지막 한 입이 진정한 하이라이트였다.
한국에서는 오랜 세월 가마솥에 밥을 지으며 자연스레 누룽지를 만들어왔다. 전통 방식은 물론, 요즘은 전기밥솥에서도 그 바삭한 맛을 일부 재현할 수 있다.
한식 요리책 『Umma』의 공동저자 사라 안은 누룽지를 “한국인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라며, 특히 어머니 세대에게는 절약과 생존의 상징이라고 설명한다. 셰프 데비 리는 누룽지를 “의도했든 실수였든, 위대한 요리적 사고”라고 부른다.
누룽지에 열광하는 건 한국인만이 아니다. 이란의 ‘타디그’, 중국의 ‘꿔바’, 스페인의 ‘소까랏’, 아프리카의 ‘칸조’ 등 세계 각국에서도 밥솥 바닥의 맛은 별미로 통한다. 하지만 한국의 누룽지는 그 활용도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숭늉’, 해산물이나 야채 국물과 함께 끓인 ‘누룽지탕’, 설탕을 뿌려 먹는 간식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밥이다.
셰프 정성희는 어린 시절 설탕을 뿌린 누룽지를 최고의 간식으로 기억한다. 사라 안은 “나무불에 가마솥으로 지은 밥에서 나오는 누룽지 맛은 따라올 수 없다”며, 요즘엔 그 맛을 흉내 내려는 스낵 제품도 즐비하다고 말한다.
LA 한식당들, 누룽지에 진심이다
전통 방식부터 파격적인 퓨전 메뉴까지, LA에서는 누룽지를 새롭게 해석한 레스토랑이 빠르게 늘고 있다. 누룽지를 리소토로 재탄생시킨 질리(Jilli), 와플기로 눌러 만든 누룽지 웨이퍼를 얹은 해물 전골을 선보인 올레 한식(Olle), 누룽지 라떼를 개발한 하루케이크(Harucake), 심지어 누룽지 크레마가 올라간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등장했다.
누룽지는 더 이상 찬밥 신세가 아니다. 지금 LA 누룽지 맛집을 따라가며, 한국인의 지혜와 맛의 깊이를 함께 느껴보자.
- 라성 순두부 & 솥밥 (Lasung Tofu & Pot Rice): 한인타운
- BCD 순두부 하우스 (BCD Tofu House): 한인타운
- 질리 (Jilli):한인타운
- 오픈에어 (Openaire):한인타운 라인호텔
- 패니스 (Fanny’s): 윌셔 아카데미 박물관
- 담솥 (Damsot): 한인타운
- 하루케이크 (Harucake): 한인타운
- 보데가 파크 (Bodega Park):실버레이크
- 전주 한일관 (Chunju Han-il Kwan):한인타운
- 올레 한식 (Olle Korean Cuisine):한인타운 옥스포드 팔레스 호텔
- 마조도모 (Majordomo): 차이나타운
- 공간(Gong Gan): 실버레이크
- 보릿고개 (Borit Gogae):한인타운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