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이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국내 식품·패션·뷰티 업계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미 양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8조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한국에 적용될 상호 관세를 당초 25%에서 15%로 낮췄다.
예상보다 완화된 수준이지만 현재 적용 중인 보편 관세 10%에서 15%로 상승한 수치이기 때문에 유통업계는 관세로 인한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삼양식품은 미국 내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관세가 기존 10%에서 15%까지 인상된 것을 고려하면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은 그동안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하고 미국 법인과 관세 부과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대응책을 논의해왔다.
현재 미국 내 주요 거래처들과 협의를 실시할 계획이며 품목별·유통망별로 대응 방식을 달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며 “구체적인 인상 폭이나 적용 품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월마트, 코스트코, H마트 등 주요 거래선들과 협의를 통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 전량을 경남 밀양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삼양식품은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가 개선, 수출 권역 다변화 및 물류 효율화, 프로모션 조정 등 비용 절감을 진행해왔다.
삼양식품은 가격 인상 없이 위기를 넘기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관세율이 기존보다 상향 조정되면서 결국 현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종가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대상도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 대상 측도 채널별 가격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상은 2022년 LA 공장을 완공하고 2023년에는 현지 식품 제조업체 럭키푸즈(Lucky Foods)를 인수하며 생산 기반과 인프라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현지 생산 물량보다 수출 품목과 물량이 더 많은 구조여서 관세 영향을 받게 됐다.
대상 관계자는 “채널별, 품목별로 관세에 따른 가격 조정은 주요 거래처와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미국 현지 공장 증설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농심·CJ·SPC 등은 미국 현지 생산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심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1·2공장을 운영 중이며 대부분의 주요 품목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수출 품목은 제한적이며 현지 생산 체계가 갖춰져 있어 관세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역시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20여 개의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수출 구조 조정 등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SPC그룹은 산업별, 품목별 조치에 대한 구체적 방안 발표 등을 주시하며 이번 조치에 대한 영향을 분석 중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미국 내 반제 방식(현지 완성 후 판매) 등으로 생산하는 제품의 경우는 또 세금이 달라질 수 있어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부 사항 발표 등까지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패션·뷰티 업계도 관세 영향에 확대에 따른 중·장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패션 업계는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생산 기지를 다변화한 만큼 국내에 부과된 관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한세실업은 국내 공장이 없어 이번 (관세 협상) 발표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며 “중남미를 중심으로 한 생산기지 다변화와 유럽·일본 등 바이어 다변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뷰티 업계는 관세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 확대 가능성 등에 대비해 수출 전략 전반을 점검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관세 인상에 따른 미국 사업 전반의 원가 부담 확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며 다양한 시나리오 준비 중”이라며 “관세 인상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지속될 경우, 가격 인상 등의 조치도 검토 가능하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에이피알 관계자도 “관세는 단기 이슈보다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봐야 한다”며 “현재는 단기적 조치보다는 다각도로 시장을 모니터링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콜마는 현지 생산 거점 활용 등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제조사의 경우 직접 수출이 아닌 만큼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미국 내 1공장과 2공장을 활용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