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의 발단은 수석 부행장 임원이었던 S씨의 이직이었다. 소장에 따르면 그는 뱅크오브호프의 고객 대출 만기, 금리, 담보 정보 등 외부에 절대 공개되지 않는 ‘A급 금융 기밀’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한미은행으로 옮겼다.
특히 충격적인 대목은 이 정보가 한미은행 최고 경영진인 바니 리 행장등에게 직접 보고됐다는 주장이다. 뱅크오브호프는 한미은행이 이 기밀을 토대로 대출 만기 시점에 맞춘 ‘족집게식’ 고객 가로채기 전략을 승인하고 실행했다고 소장에서 주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인력 유출 분쟁을 넘어, 한인 금융계의 자존심을 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판 결과에 따라 한인 은행권의 판도가 뒤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두 대형 은행이 연방법원에서 정면 충돌했다. 한인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호프’가 2위 경쟁은행인 한미은행을 상대로 고객 금융정보와 영업전략이 조직적으로 유출돼 고객을 빼앗겼다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본보는 지난 2월 5일 뱅크오브호프가 LA연방법원에 한미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장을 입수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핵심은 뱅크오브호프 전직 임원 S씨의 이직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비밀 유출 의혹이다. 뱅크오브호프는 이 전직 임원이 자사의 핵심 고객 금융정보를 빼돌린 뒤 한미은행으로 이직해 경쟁 영업에 활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장에 따르면 S씨는 뱅크오브호프에서 수석 부행장(Senior Vice President) 겸 관계관리 그룹 디렉터로 근무하며 고객 대출과 예금 관계를 관리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는 업무 과정에서 고객 신용 분석 자료와 대출 조건, 금리, 담보 정보, 대출 만기일, 고객 금융전략 등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상세 금융정보를 다루는 위치에 있었다.
특히 그는 이러한 고객 정보를 엑셀 스프레드시트 형태로 정리해 관리해왔으며 이 자료에는 고객 계좌와 대출 관련 상세 금융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고 뱅크오브호프 측은 주장했다.
문제는 그가 이직 직후 벌인 행동이었다.
소장에 따르면 S씨는 지난 2023년 7월 뱅크오브호프를 퇴사한 직후 한미은행에 입사했다. 그리고 입사 직후 개인 이메일을 통해 한미은행 임원들에게 고객 공략 전략을 담은 파워포인트 문서를 전달했다.
이 문서에는 뱅크오브호프 고객들의 예금 규모와 대출 금액, 대출 종류, 만기 일정 등 민감한 금융정보가 포함돼 있었으며 특정 고객을 언제 접촉해 어떤 방식으로 유치할지까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오브호프는 특히 해당 전략이 단순한 영업 계획이 아니라 경쟁 은행 고객을 체계적으로 빼오기 위한 ‘정밀 공략 계획’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장에 따르면 해당 자료에는 대출 만기 시점에 맞춰 고객을 접촉하는 전략까지 포함돼 있었다.

소장에 따르면 S씨는 LA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 한미은행 최고경영자 바니 리 행장, 앤서니 김 CBO, 지역 최고은행책임자 크리스 조에게 직접 전략을 설명했다.
뱅크오브호프는 한미은행 경영진이 해당 정보가 경쟁 은행의 비공개 고객 금융정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최소한 알 수 있었음에도 전략을 승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장에 따르면 이후 S씨는 한미은행에서 근무하면서 뱅크오브호프 고객 정보를 활용해 금리와 대출 조건을 비교 분석하고 경쟁 조건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했다. 특히 고객의 대출 만기 시점을 정확히 파악해 그 시점에 맞춰 접촉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뱅크오브호프는 이러한 방식으로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다수의 핵심 고객이 한미은행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은행 측은 이 같은 행위를 영업비밀 절취와 부당 경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손해배상과 징벌적 손해배상, 영업비밀 사용 금지 명령 등을 법원에 요구했다.
뱅크오브호프는 소장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금융 손실과 고객 신뢰 훼손, 영업 기회 상실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뱅크오브호프와 한미은행은 한인 금융권을 대표하는 대형 은행들이다. 두 은행은 한인 기업 대출과 상업 금융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이번 소송은 한인 금융권 내부 경쟁이 법정 싸움으로 번진 대표적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직원 이직 분쟁을 넘어 고객 금융정보와 영업 전략이 경쟁 은행으로 유출됐다는 의혹까지 포함하고 있어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한인 금융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목 기자>



